중국, 구글 내쫓고 검색엔진 개발 착수

구글을 쫓아낸 중국 정부가 향후 인터넷 산업의 핵심 영역이 될 `검색엔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13억 인구와 화교 인구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IT 영토 넓히기가 미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영 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의 왕젠저우(王建宙) 회장은 2011년부터 인터넷 검색엔진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왕 회장은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인터넷 검색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모바일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는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이용 가능할 예정이며 기존 시장 선두업체인 바이두를 자사 네트워크에서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모바일은 검색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로 현재 주력 사업인 모바일 사업이 중국 내에서 정체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7% 정도 성장해 1997년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래 가장 저조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12년에는 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이나모바일의 검색 사업 진출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색 사업 장악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국영 기업인 차이나모바일은 지난달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손잡고 검색엔진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당시 양사는 중국 최고이자 세계적 수준의 검색엔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합작회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터넷은 물론 인쇄매체, 광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정보를 제공하고 국익과 정보통신 안전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들의 합작이 중국 정부 통제하에 있는 신화통신이 만들어내는 정보를 새로운 검색엔진을 통해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는 중국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정보들은 철저히 검색엔진을 통해 걸러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검색엔진 사업 진출 발표 한 달 만에 차이나모바일이 당장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중국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은 중국, 터키 등 일부 국가가 인터넷 검열로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무역까지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압박해야 한다고 미국 무역대표부와 재계에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인터넷 검색엔진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와 이에 맞서는 구글을 앞세운 미국 간의 싸움은 올해 초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1월 구글은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다면서 중국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방침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구글이 주장하는 인터넷 검열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구글은 중국 사이트가 아닌 홍콩 사이트를 통한 우회서비스를 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중국 정부는 인터넷 영업허가를 갱신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 7월 구글이 한발 물러서 중국 국내법을 준수하겠다고 하자 중국 정부는 영업허가권을 갱신해줬다. 하지만 음악, 쇼핑, 번역 등 3개 분야에만 영업허가권을 갱신해줘 정상적인 비즈니스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검색 사업 이외에도 다른 IT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국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가인증감독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외국기업이 납품하는 정부조달 IT 제품에 정보기술보안 강제인증제(ISCCC) 시행을 발표했다. 핵심 기술을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스코드를 제공하지 않으면 납품을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매일경제 박준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