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패드’를 전면에 내세워 신문 및 잡지 유통사업인 ‘디지털 뉴스 가판대(Newsstand)’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과 인쇄매체 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문사와 잡지사들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활용해 태블릿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인 IT업체들 역시 애플과 인쇄매체 간 제휴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신문 및 잡지 콘텐츠의 직접 배포에 나설 경우 이제 막 태블릿 시장에 진입한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 업체들 또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자칫 태블릿 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에 넘겨줄 수도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1~2개월내에 정기 구독자(Subscription) 기반의 신문 및 잡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몇몇 유력 신문사 및 잡지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서비스 시점이 다소 늦춰져 내년 초 아이패드 신버전 발표와 함께 뉴스 콘텐츠 배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애플은 타임워너(타임지), 콩데 나스트(보그,GQ 등을 보유한 출판 그룹),뉴스 코퍼레이션(월 스트리트 저널 등 보유), 허스트 코퍼레이션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소한 1개 매체 이상과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허스트가 다른 매체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디지털 뉴스 가판대’ 사업이 애플의 의도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구독자 정보의 보유와 수익 배분 등 문제를 놓고 애플과 인쇄매체 간 힘겨루기가 의외로 길어질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특히 신문 등 인쇄매체들은 애플 주도로 이뤄지는 ‘디지털 뉴스 가판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음악, 영화, TV드라마, 서적 등 기존 콘텐츠 분야에서 나타났던 애플의 우월적인 지위 남용이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사업을 하면서 콘텐츠 제공자나 개발자와 수익을 배분하는 데는 이골이 나 있는 애플이다. 신문 등 인쇄 매체 입장에선 애플이라는 IT 공룡과 협상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지금도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나 `USA투데이` 등 매체를 구독할 수는 있다. ‘와이어드’ 아이패드 버전의 경우 월 3.99달러에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으며 `USA투데이`는 매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뉴스 가판대’ 사업은 신문이나 월간지를 연간 또는 월 단위로 정기 구독하는 개념의 새로운 유통서비스다. 현재 미국의 매체 가운데 70% 가량이 정기 구독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독자 기반의 뉴스 콘텐츠 유통은 인쇄매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신문사나 잡지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애플은 정기 구독으로 들어오는 수입의 30%를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가뜩이나 발행부수 감소와 정기 구독자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 및 잡지사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시각도 있다. 이탈률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신문 및 잡지 정기 구독자를 `아이패드`라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와 유통 인프라를 통해 잡아 둘 수 있다면 인쇄매체로서도 손해볼게 없다는 논리다. 1억 6천만명에 달하는 애플의 계정 보유자를 대상으로 신문 및 잡지 콘텐츠를 판매한다면 애플에 주는 30%의 수익을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다.
구독자 정보를 누가 장악할 것인가도 매우 민감한 문제다. 현재 신문사들과 잡지사들은 구독자 명단,e메일, 신용카드 등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많은 정보를 애플이 가져가거나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쇄매체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최악의 경우 애플이 구독자 정보를 신문 및 잡지사에 제공하지 않고 독점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일 구독자 정보를 애플이 가져가거나 공유하게 된다면 신문 등 인쇄매체들의 광고주 및 독자 유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공의 주도권이 애플에 넘어가는 순간이다.
인쇄 매체 입장에선 애플에 주어야 하는 30%의 수익, 구독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보, 애플의 광범위한 콘텐츠 유통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익을 따져봐야한다. 주판알을 튕기는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앞날이 불투명한 인쇄 매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도,그렇다고 뿌리치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저울추가 어느쪽으로 기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