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유니버설이 애플과 콘텐츠 유통 전쟁을 시작했다. 애플이 `애플TV`를 통해 TV 콘텐츠 유통 시장을 장악하려 나서자 `보이콧`을 선언하는 한편 넷플릭스, 훌루 등 아군을 키우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 C넷 등에 따르면 NBC유니버설이 최근 애플 TV를 위해 콘텐츠 모집에 들어간 애플에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애플은 이달 말 애플 TV의 출시를 앞두고 콘텐츠 막바지 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9월 중순부터 잇따라 공개된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잡기 위해 CBS, ABC, NBC 등 방송사들과 물밑 계약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방송 프로그램을 편당 99센트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애플은 콘텐츠 제공사와 3대 7의 비율로 수익을 나눌 계획이다.
하지만 NBC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애플TV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분간`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애플의 99센트 가격 정책이 콘텐츠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직접적으로 거부감을 표했다.
NBC의 드라마와 쇼는 미국 내에서 시청률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드라마 `30록(Rock)`, `더 오피스(The Office)` 등은 다섯 시즌을 넘길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NL(Saturday Night Live)` 쇼는 가장 미국적인 코미디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청률도 높다.
제프 주커 NBC 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는 “99센트는 우리의 콘텐츠 가치에 적정하지 않다”며 “우리의 콘텐츠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라고 말했다.
NBC는 애플의 콘텐츠 유통망을 거부하는 대신 아군을 보충하고 있다. NBC는 애플 TV를 거부한다는 발표 이후 넷플릭스와 TV 부문에서 손을 잡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NBC가 인기 TV 시리즈를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하는 데 합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미 맺은 영화 콘텐츠 제공 계약을 확대하는 식이다.
또한 NBC는 ABC(월트디즈니), 폭스TV(뉴스코퍼레이션) 등과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창업한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 `훌루`도 적극 활용중이다. 3년차 기업인 훌루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선언하며, 비디오 콘텐츠 시장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NBC의 공세가 방송사 대 애플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송사들은 지난 수십년간 미디어 패러다임을 장악해오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또 뉴미디어 시대의 위기도 공감하고 있어 힘을 모으기 쉽다.
애널리스트들은 “방송사들은 경쟁하지만 현재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마음이다”며 “최근 체이스 캐리 뉴스코프(폭스TV) 사장도 애플에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단기 실험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