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트위터를 키워낸 힘, 모바일 생태계

"SNS를 시작한 것은 한국이었는데 가치를 만든 것은 미국 벤처기업입니다."

마크 주커버그 미국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올해 재산이 69억달러를 기록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0년 미국 400대 부자 35위에 올랐다. 주커버그 재산은 소셜네트워크 붐을 타고 지난해 20억달러에서 무려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는 미국 공교육 개혁을 위해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시에 1억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명실상부한 미국 대표 청년 기업가로 우뚝선 것이다. 페이스북은 창업 4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벤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는 국내 벤처인들은 씁쓸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대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뿌리는 한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SNS들은 창업 과정에서 한국 아이러브스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벤치마킹했으며 싸이월드가 선보인 `도토리` 등 유료화 성공 사례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미국 기업들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Zynga)` `그룹폰`과 같은 대박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이후 상장(IPO)을 거쳐 굴지 인터넷 서비스 회사로 태어났다. 미국 실리콘벨리에는 제2ㆍ3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꿈꾸며 대박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매일 탄생한다.

미국 벤처들이 항상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이전 유망한 스타트업이었던 `마이스페이스`는 재벌에 인수된 후 열기가 식었으며 미국 대표 포털이었던 라이코스도 한국 포털 다음에 인수된 데 이어 최근에는 인도계 회사로 넘어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침이 미국 스타트업 분야에 건강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기업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던 한국 벤처들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간에 도태되는 사례가 많다. 드물게 대박을 터트린 후에도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경영권 분쟁으로 사라지는 사례가 많았다.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건강한 스타트업이 탄생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임정욱 미국 라이코스 대표는 최근 내한 강연에서 2007년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비디오게임 포털 위게임닷컴(www.wegame.com)을 창업한 한국계 CEO 제라드 김을 소개하며 "실리콘밸리에선 창업가라고 하면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하는데 한국에선 명문대에 다녔으면서 대기업이나 가지 왜 중퇴했느냐고 이상하게 보더라"고 말했다. 창업은 곧 기회고 도전이라고 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회사 규모나 학벌에 따라 사람까지 평가하는 문화가 뿌리 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임정욱 대표는 미국 실리콘벨리 분위기가 창업을 육성하다 보니 에번 윌리엄스(트위터 창업)나 마크 핀커스(징가 창업)처럼 성공한 기업가들도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재도전하거나 엔젤투자기업을 만들어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 대표는 "한국인의 근면과 열정과 미국의 합리적인 문화가 결합하면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소통 기능을 하는 아시아의 네덜란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와 산업이 스러질 듯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최강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될 성부른` 스타트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Ecosystem)`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세기가 국가와 국가 간 경쟁이었고 21세기 초반이 기업과 기업 간 전쟁이었다면 남은 21세기는 `생태계와 생태계 간 전쟁`이 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주관하며 방송통신위원회ㆍKTㆍSK텔레콤ㆍLG유플러스ㆍ태터앤미디어가 후원해 30일 개최하는 `모바일 창업 코리아 콘퍼런스 및 오픈IR`는 한국 스타트업 `제2 부흥`이 시작됐음을 알리고 한국형 생태계 구축이 시작됐음을 선언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모바일 생태계란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불고 있는 제2 창업 열기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벤처)이 공생하고 이익을 나누는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은 이같이 판단하고 모바일 창업 코리아 콘퍼런스를 기획했다.

모바일 생태계란 먹이사슬을 이루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자연 생태계처럼 모바일 산업에서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가치 사슬을 이루고 있는 형태를 뜻한다. 디지털 환경을 구성하는 주체인 이용자, 기술, 산업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동반 성장해 생태계에 번영을 가져온다는 개념이다.

한국 기업들은 제품 개발에는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서비스 등은 등한시해 최근 생태계 전쟁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일경제신문이 시작한 `모바일 창업 코리아 콘퍼런스`는 한국형 모바일 생태계 구축의 진정한 시작이 될 전망이다.

이미 많은 20~40대 젊은이들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와 정부ㆍ언론에서 관심이 이어진다면 2010년은 모바일 창업 빅뱅의 원년이 될 수도 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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