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삼성 등에 이어 리서치인모션(RIM)까지 태블릿PC를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실질적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화면(디스플레이) 크기에 눈길이 모였다. 최근 들어 7인치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5, 9.7, 12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 중 어떤 크기가 주도권을 잡을 지 예의 주시됐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태블릿PC는 대부분 7인치 디스플레이를 선택했다.
RIM이 27일(현지시각) 선보인 업무용 태블릿PC `블랙베리 플레이북`의 화면 크기는 7인치였다. 전면과 후면에 2개의 카메라를 갖췄고, 무선 인터넷 접속기술인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Bluetooth)를 탑재했다.
이달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시스코 `시어스`도 7인치다. 태블릿PC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애플 `아이패드`는 9.7인치이지만 휴대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1분기 7인치 제품을 출시할 것이란 루머가 계속 돌고 있다. 5인치 태블릿PC `스트리크`를 내놓은 델 역시 7인치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T가 내놓은 `아이덴티티탭`을 비롯한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부분 7인치다. 반면 애플 아이패드(9.7인치), 아수스 `Eee패드(12인치)`, HP `슬레이트(8.9인치)` 등 소수는 7인치 이상의 크기를 채택했다.
태블릿PC의 표준 디스플레이 크기가 몇 인치로 자리 잡느냐는 업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자사가 내놓은 제품 크기를 태블릿PC 시장의 주류로 띄워야만 판매를 촉진할 수 있고 콘텐츠와 부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콘텐츠 업계에서는 기기 크기 별로 해상도, UI 등을 맞춰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크기가 주류가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블릿PC 패널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제품 크기에 민감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문가들은 7인치 태블릿PC가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며 9인치대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는 이유로 이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7인치 제품은 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200만대 이상이 팔려나간 애플 `아이패드`와 같은 시장에서 대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7인치 제품의 강점이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할 경우 7인치 이하로 제작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다.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안드로이드마켓에서는 화면 크기를 제한하고 있다. 7인치 이상의 화면을 태블릿이 가지게 되면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앱을 사용할 때 해상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라 로트만 엡스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7인치 제품은 `태블릿의 스위트 스폿(소비자가 구매에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될 것”이라며 “아이패드의 9.7인치는 선명한 화면과 책 읽기에 최적 사이즈지만 인체 공학적으로 최고의 사이즈는 아니며, 5인치는 두 손으로 잡기엔 너무 작고 엄지손가락으로 쓰기엔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표>업체별 태블릿PC 디스플레이 크기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