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현금으로 미국 M&A시장 풍년

금융위기 이후 축적돼온 미국 내 현금 물줄기가 주식ㆍ채권ㆍ원자재 시장에 이어 기업 인수ㆍ합병(M&A) 쪽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불황에도 살아남은 기업들의 사내 유보 현금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른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M&A만 해도 미국 저가 항공사의 대명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에어트랜 인수를 비롯해 생활용품 회사인 유니레버의 알베르토 컬버 인수,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맥아피 인수, 휴렛패커드(HP)의 디지털데이터 저장 전문업체 `3PAR` 인수 등 수없이 많다.

이들은 설비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두둑한 현금을 이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팩트셋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상장사들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2조300억달러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초저금리도 기업 인수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주주들은 이 자금을 기업에 쌓아두기보다는 금리 이상의 이익을 내도록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를 하기에는 아직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미 검증된 기업들을 사냥하면서 새로운 성장엔진과 수익원을 찾고 있다.

◆ 美 동부 진출 사우스웨스트항공=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같은 저가 항공사를 인수해 미국 황금시장인 동부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7일(현지시간) 에어트랜항공사를 1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게리 켈리 최고경영자는 에어트랜항공 인수합의로 애틀랜타, 워싱턴DC. 보스턴, 볼티모어, 뉴욕시 등 남동부와 동부 지역 주요 공항에 취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특히 국제선 노선 취항도 추진할 방침이다. 두 항공사가 그동안 미국 국내선에 취항해온 저가 항공사지만 이번 인수를 계기로 멕시코,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캐나다, 남미 등 국제선 노선에도 취항한다는 구상이다.

켈리 최고경영자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국제선 시장에 취항하려면 몇 년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며 "유럽과 아시아 노선의 경우 먼 장래에 취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측은 이번 인수합의가 에어트랜항공의 부채와 리스로 운행되는 항공기 등을 합할 경우 모두 34억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에어트랜 항공 인수에 앞서 항공업계에서는 M&A 바람이 불었다. 지난 5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콘티넨털항공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는 2008년 델타의 노스웨스트 인수 이래 최대의 항공사 간 합병이다.

◆ 월마트, 아프리카 공략=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현지 업체 인수를 활용해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월마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매체인점인 매스마트를 약 46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매스마트는 현재 아프리카 13개 도시에서 2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월마트가 매스마트를 인수할 경우 아프리카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카르푸, 테스코, 메트로 등 라이벌 업체들을 제치고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남부 아프리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월마트의 아프리카 진출은 신흥시장 진출의 일환이다. 월마트의 전체 매출 중 신흥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분의 1이다.

앞으로 이 비중은 더 커진다는 점에서 월마트에는 신흥시장이 성장엔진이다. 월마트는 아프리카 외에도 러시아와 중동 등 다른 신흥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 유니레버, 새 성장사업에 올인=세계적인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는 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보강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지난 26일 미국 샴푸업체 알베르토 컬버(Alberto Culver)를 현금 3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는 목욕용품 분야에선 `도브` 브랜드로 알려졌다. 알베르토 컬버는 `VO5`와 `넥서스` `세인트 입스` `심플` 등 샴푸 브랜드를 갖고 있다. 유니레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샴푸 린스 등 모발관리 제품 시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이 됐다.

유니레버가 샴푸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실제 유니레버의 샴푸나 피부제품 등 개인생활용품 사업부가 다른 사업부의 수익성을 앞섰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7.9% 증가했다. 전체 회사 매출 성장률 3.8%의 두 배 이상이다.

유니레버는 1년 전에도 `사라 리`라는 개인생활용품업체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폴 폴맨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생활용품 사업은 `전략적 사업`이고 `주요 성장엔진`"이라고 밝혔다. 폴맨 CEO는 프록터갬블에 근무할 당시 수년 동안 개인생활용품 사업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는 지난 24일 브라질의 토마토 가공제품 생산부문을 곡물메이저인 카길에 매각해 3억5000만달러를 챙겼다.

[뉴욕=매일경제 김명수 특파원/서울=매일경제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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