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1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와 함께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게임이 있다. 바로 번지소프트의 FPS게임 `헤일로`다. 이후 4편의 후속작이 발매된 헤일로 시리즈는 10년간 누적 판매량 3400만장을 자랑하며 `X박스 유저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으로 꼽혔다.
지난달 14일. 10년의 헤일로 시리즈에 방점을 찍을 최신작 `헤일로:리치`가 국내에서 출시됐다. 헤일로:리치는 원작 헤일로가 시작되기 전, 리치 행성에서 외계세력인 코버넌트를 상대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전작이 `마스터 치프`를 중심으로 3부작의 스토리가 이어졌다면, 헤일로:리치에서 유저가 직접 스파르탄 분대, `노블6`의 일원이 되어 팀 단위 임무를 수행한다. 즉 헤일로:리치에서는 유저가 곧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만점에 가까운 완성도=최대 4인의 동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협동 모드와, 끊임없이 몰려드는 코버넌트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사생결단` 모드도 건재하다. 이 밖에 도전 과제 및 캐릭터에 휘장이나 색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고도 추가로 제공되어 나만의 분대원을 육성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X박스 라이브를 통한 최적화된 멀티플레이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보다 발전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훨씬 영리해진 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전투의 재미가 다채로워졌음은 물론이다. 헬리콥터부터 최첨단 우주선을 통한 우주전까지, 전작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경험도 제공한다.
헤일로 시리즈는 해외 주요 게임웹진들의 리뷰 평가에서 `만점 제조기`로 유명하다. 최신작 헤일로:리치 역시 IGN, 1UP, GameSpot 등 주요 외신들에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 주목받았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헤일로:리치는 게임 외에도 소설, 피겨 등 그 영역을 넓히며 헤일로 프랜차이즈의 인기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최근 헤일로:리치의 사운드 트랙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완벽하다는 헤일로:리치의 흠을 잡자면=헤일로:리치도 다소 아쉬운 대목이 눈에 띈다. 우선 5시간 가량의 짧은 플레이타임이 아쉽다. 헤일로:리치 특유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그간 기다려온 유저의 기대에 비하면 다소 허망한 기분이 든다. 헤일로:리치서 새롭게 시도된 우주전투도 신선하나 다소 계륵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종의 보너스 스테이지를 즐기는 기분이랄까.
난이도 조절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할 경우, 원거리 전투 및 근접전을 상황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난이도로 바꾸면 상황이 달라진다. 급격히 좋아진 적들의 움직임 때문에 오직 원거리 사격에만 의존해야 하는 단조로운 플레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SF를 기반으로 한 FPS게임이지만, 헤일로:리치 특유의 거대한 괴물 및 크리쳐가 등장하지 않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점이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앞으로 지금과 같은 헤일로 시리즈를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헤일로의 개발사 번지소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결별했기 때문이다. 향후 새로운 헤일로 시리즈가 등장한다면, 번지소프트가 아닌 다른 개발사에 의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매일 먹던 밥맛과는 아무래도 다른 맛이 나지 않을까.
문영수 플레이포럼 기자 mj@playforum.net
게임성: ★★★★ 마스터 치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나`도 충분히 멋지다
그래픽: ★★★★ 만점이 아닌 이유는 전작에 비해 큰 발전이 느껴지진 않아서다
사운드: ★★★★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 그럼 말 다했지.
조작성: ★★★ 조작, 타격시스템 변동으로 초반 적응에 애를 먹을수도.
특이성: ★★★★ 지금까지 등장한 헤일로 시리즈의 장점을 몽땅 버무렸다.
총평: 7.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