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제자리걸음 고객정보통합](https://img.etnews.com/photonews/1010/038848_20101001104626_905_0001.jpg)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정말 계속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국내 모 금융기업에서 고객정보 관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과연 IT 업무 가운데 끝을 낼 수 있는 업무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주제나 과제를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얻기 힘든 데 대한 실망감이다.
대표적인 예가 데이터 표준화와 관련된 과제다. 이 회사는 10년 전 신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객정보통합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수행했는데, 최근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고객정보통합을 주요 요건의 하나로 선정했다.
비단 이 회사만이 아니다. 많은 금융회사가 대규모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고객정보통합을 핵심 단골 과제로 삼아 왔고, 대형 프로젝트 기간이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고객정보통합 작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고객정보를 통합해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또 다시 통합 요건이 발생한다. 즉, 고객정보통합으로 고객 관리가 진화되기 보다는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업은 왜 이렇게 고객정보통합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했을까.
국내 금융기업 대부분은 산재돼 있는 고객정보의 통합 필요성을 일찌감치 공감해 고객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열을 올려 왔다. 특히 차세대시스템 같은 대규모 구축 작업을 추진하면서 고객통합을 이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금융기업이 기본적으로 고객정보는 이미 통합한 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적으로 고객정보통합 요건이 발생하는 것은 당초 통합 범위나 운영조직 등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했거나 고객통합 이후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통합을 해 놓고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프로세스나 고객 데이터 구조에 대한 전사 관리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은 채 단순히 통합된 고객정보만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통합고객 관리 체계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 보니 새로운 상품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산발적으로 구축될 때 고객통합 관점을 지키기 힘들고, 이는 결국 시스템별로 고객 정보가 또 다시 분산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한다. 또 많은 기업이 통합고객 정보 관리조직을 기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게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변화 관리보다 시스템 구축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방한한 마크 루이스 IBM 보험 총괄 사장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보험사의 경우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고객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잠재고객에게 좀 더 밀접하게 접근하기 위한 전략을 수행하거나 고객 관리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전사 변화 관리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기업이 단순 고객정보 통합 단계에서 벗어나 한 단계 진화된 고객 관리로 나아가려면 프로세스 정립 등 제대로 된 변화관리가 절실해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