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의 날]최경환 지경부 장관 기고

[디스플레이의 날]최경환 지경부 장관 기고

디스플레이, 월드 챔피언이 가야할 길



지난달 26일 아침, 우리는 태극 소녀들이 만들어낸 기적을 보았다. 축구에서의 월드 챔피언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등록선수가 65개팀, 1450명에 불과한 얕은 저변과 20년이라는 짧은 역사. 그것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태극 소녀들에게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우리 산업의 역사도 태극 소녀들이 만들어 낸 것과 같이 `기적`의 연속이었다. 자동차, 철강 등 지금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력 산업들을 보면, 모두 불모지에서 시작해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세계적 위치에 올라섰다.

그 중에서도 태극 소녀들보다 더 빨리 월드 챔피언에 올라선 것이 디스플레이 산업이다. 1995년 1세대 LCD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일본이 완전히 장악한 시장에 뛰어든 우리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4년, 전체 LCD 시장 세계 1위가 되었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공급과잉으로 일본이 4세대 LCD 투자에 주춤하고 있을 때, 우리는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일본을 앞지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은 OLED, PDP 등 패널 전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1, 2등을 내달리고 있다. 경쟁국 생각을 뛰어넘는 과감한 선제적 투자, 창의적인 기술혁신 노력과 열정으로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인들은 조용했지만 숨 가빴던 승리의 역사를 써 내려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 `월드 챔피언` 디스플레이 산업은 앞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항상 뒤도 경계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서게 되었다. 중국과 대만은 전략적 제휴로 우리 뒤를 바짝 뒤쫓고 있고, 일본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1등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성장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과감한 적기 투자의 장점은 살리면서, 그간 부족했던 장비 · 부품소재 분야의 동반성장을 구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략적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도 이를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장비와 부품소재 개발에 대한 선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의 녹색전환과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에 더욱 힘쓸 것이다.

`월드 챔피언`을 유지하는 것은 그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 패널 대기업과 중소 · 중견기업이 상생의 파트너십을 형성해 앞에 서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그 길은 결코 외롭거나 힘들지 않을 것이다.

제1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2006년 10월에 달성한 디스플레이 100억달러 수출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디스플레이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디스플레이 산업인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