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작전 기상예보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슈퍼컴퓨터 구축사업이 적은 예산으로 인해 시작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면서 정작 예산은 적고, 장기간 유지보수인력요원이 투입되기에 업체들이 응찰하지 않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군이 독자적으로 슈퍼컴을 구축하기 위해 발주한 23억원 규모 `공군 수치예보시스템 도입사업`이 지난주 무응찰 사유로 유찰처리 돼 재입찰에 들어갔다. 공군은 5일 재입찰 설명회를 갖고 오는 25일 입찰등록을 마감할 예정이다. 본지 9월 20일자 2면 참조
수치예보시스템사업은 공군이 육 · 해 · 공군 작전 맞춤형 수치예보 모델을 수립하고 중단기 작전 예보의 정확도을 높이기 위해 20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는 초당 약 1조회 연산처리)급 슈퍼컴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공군은 그간 수치예보자료 분석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을 빌려 썼으나 외부 자원의 특성상 자료생산이나 활용에 제약이 많아 독자적으로 슈퍼컴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찰공고에 명시된 제품 성능에 비해 예산 규모가 적고, 규제조건 역시 만만치 않아 서버업체 모두 지난주 입찰 참여를 포기한 상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현 예산으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최소한도로 입찰 예산의 50%에 달하는 10억원 이상이 더 있어야 최소 입찰자라도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기술규격이 20테라플롭스 `이상`으로 돼 있어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성능을 제공해야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점, 시스템 구축 이후 기술지원 인력 1인 이상이 6개월 이상 상주해야 한다는 점 등도 업계에서는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공군이 KISTI나 기상청 같은 대규모 슈퍼컴 도입 사례를 따르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백억원 규모 KISTI, 기상청 슈퍼컴 도입 사업과 달리 공군 사업은 20억원 규모여서 상징성이나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만을 믿고 무리하게 입찰경쟁에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충분한 시장조사를 거쳐 사업예산과 제품성능 조건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공군은 일단 국가조달원칙에 따라 재입찰을 실시하고, 또다시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추진하거나 사업조건을 변경해 3차 입찰에 나설 방침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