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학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가 꾸준히 늘어나 양적으로는 세계 11위권에 올랐다. 국내 2009년 SCI급 논문 증가율은 8.65%로 상위 12개국 중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연구 성과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논문 피인용 횟수는 세계 30위에 머물렀다. 국내 SCI급 논문의 5년 주기별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3.5회로 세계 평균(4.8회)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대학들이 SCI급 논문 양산만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논문의 양은 늘되 질은 여전히 세계 수준에 못 미치는 기형적인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우리나라가 SCI급 논문 발표에 목을 매게 된 것은 국내 이공계 풍토가 크게 작용했다. 국내 대학에서 연구 업적평가는 철저히 발표한 논문 수에 따라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SCI급 논문은 최고 배점이다. 승진 기준에 아예 `SCI급 논문 발표 몇 편 이상`을 규정해 놓은 대학도 부지기수다. 교수들이 SCI 논문 발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SCI급 논문 수를 늘리기 위해 한 편의 논문에 포함될 내용을 여러 편으로 나누는 이른바 `논문 쪼개기`도 관행처럼 자행된다.
SCI급 논문이 쏟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연구 성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연구 성과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연구개발 지원 시 연구기관의 실질적인 성과제고 노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내의 학술적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국내 학술지의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SCI급 저널 등재를 가장 훌륭한 연구 성과로 평가하는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결과를 중시하고, 더 나아가 다른 학술인용 DB도 인정하는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