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서 휴대폰이 울리고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겠다. 주머니 속, 가방 속, 테이블 위를 모두 뒤지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방 한구석에서 찾아냈을 때 이미 중요한 전화는 끊겨 있다.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던 경험은 잊자.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휴대폰이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전망이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 부설 노키아리서치센터는 최근 `전자 피부(e스킨)`를 개발해냈다. 말 그대로 피부와 같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소재의 물질에 전자적 성질을 부여한 것이다. 이 물질은 신축성이 있고 구부리기도 쉬워 접을 수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자적인 성능의 저하 없이 원래 길이의 20%까지 늘리는 테스트를 진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스테파니 라코우어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장은 “젤리보다 얇게 만들 수 있고 보다 잘 구부러지는 9개의 버튼이 달린 터치패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도체를 습기가 빠진 금으로 만듦으로써 고무 밴드처럼 구부러지는 전자 터치패드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물질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무게가 가벼운데다가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도 있으며 유연성까지 갖춘 물질로 어떤 기기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기기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무게, 크기 등의 제약이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노키아가 전자피부 개발에 앞장 서고 있는 만큼 휴대폰의 혁신을 예견하고 있다. 노키아는 지금도 `제2의 피부`처럼 입을 수 있는 신축성 있는 전자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곧 손등에 부착하는 휴대폰이나 SF영화에서 나오는 `손목 커뮤니케이터(통신기)`와 같은 기기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피부는 지난 2007년 노키아와 케임브리지대학이 협약을 맺고 나노기술에 투자를 시작한 이래 나온 두 번째 작품이다. 노키아는 유럽 두 곳의 노키아리서치센터 인력 30명이 케임브리지대 연구팀과 긴밀하게 연구를 진행했다.
앞서 노키아리서치센터와 케임브리지대는 지난 2008년 미래형 휴대폰 컨셉트 `모프(Morph)`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컨셉트 휴대폰엔 거미줄의 원리를 이용한 `플렉시블 트랜지스터`가 적용됐다. 플렉시블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얇고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목시계나 목걸이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나 휴대기기용으로 적합하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