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소셜미디어와 사회변화 또는 혁명

한상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최근 미국 잡지 뉴요커에 저명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이 쓴 `작은 변화:혁명은 왜 트윗되지 않는가`라는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블로거 · 학자들과 토론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티핑포인트 · 블링크 · 아웃라이어 등의 책으로 유명한 그의 글은 사람들에게 과연 소셜미디어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글래드웰의 논지는 이렇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혁명은 강한 연대와 계층적 구조를 기반으로 한 구조에서 일어났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약한 연대와 네트워크형 구조를 기반으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1974년 당시 하버드대 학생인 마크 그라노베터의 `약한 연대(weak tie)의 힘`이라는 논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약한 연대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의 소스가 되거나 혁신의 전파, 협업이나 만남의 유도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약한 연대는 약간의 관심을 표할 수 있는 기부 행위나 사진에 표시하기, 주장을 퍼 나르기는 잘할지 몰라도 본인의 희생이 요구되는 리스크가 큰 행동을 유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하바드대 법대 버크만센터의 데이비드 와인버거가 지적했듯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또는 국내 미투데이의 약한 연대는 때로는 강한 연대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또 소셜미디어에는 소셜네트워킹만 있는 것이 아니고, 블로그 · 포럼 · 미디어 공유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연계와 직접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화되거나 강한 연대로 변화하기도 한다. 지리적인 제약이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향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한국의 온라인 미디어나 커뮤니티는 바로 주제별이나 지역별 정모(정기모임)가 이루어지고, 온라인 친구들이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이러한 정모의 주축이 되는 사례가 많다. 소셜네트워킹이나 소셜미디어 내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강한 연대로 변화를 입증하는 증거다.

계층적 구조가 아닌 네트워크 구조의 경우도 링크의 단순 구조만 보면 네트워크로 보이지만 상호작용이나 커뮤니케이션의 패턴을 보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계층구조를 알 수 있다.

또 사회 변화의 축을 이루는 조직도 그 저변의 네트워크를 갖지 않고서는 커다란 파급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와인버거 박사의 주장이다.

소셜미디어를 밖에서만 바라보면 그 피상적 모습만 보이겠지만, 그 안에서는 뜨거운 변화와 혁명적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학생들과 진행하는 영향력자에 대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어젠다 설정자들의 활동이 크게 눈에 띄고 있으며 이런 행동들이 최근 2년 동안 우리 사회 변화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정말 사회가 필요로 하는 혁명적 변화에 소셜미디어 참여자들이 얼마나 자기희생과 적극적 행동을 취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steveha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