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모바일 오피스 1기 기업의 고민 ]모바일 오피스 혁신 시작됐다

모바일 오피스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아이폰4가 출시된 데다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워크`가 강조되면서 모바일 오피스는 당분간 CIO의 우선순위에서 내려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모바일 오피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프런티어기업은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이를 고도화해야 하는 과제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도입작업이 한발 앞섰던 만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도 다른 기업에 비해 빨리 찾아온 셈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이른바 `모바일 오피스 1기 기업`의 고민과 향후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모바일 오피스 운용전략을 모색한다.



◇모바일 오피스 1기 기업들=모바일 오피스의 개념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 국내에서 모바일 오피스라 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와 이동 중에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을 말한다.

이런 개념에서 볼 때 모바일 오피스 프런티어를 꼽으면 통합커뮤니케이션(UC)과 연계해 모바일 서비스 환경을 구현한 아모레퍼시픽, 국산 스마트폰이 아닌 외산제품 블랙베리를 이용해 선도적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한 포스코, 그룹 차원에서 최초로 전 계열사에 모바일 오피스 적용을 시도한 코오롱그룹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다른 기업이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검토하기도 전에 모바일 오피스를 실제로 구현했다. 다른 기업이 도입을 본격화하는 요즘은 발빠르게 고도화와 혁신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모마일 오피스 단말과 플랫폼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이 활성화되기 전에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위한 의사결정을 마쳤다. 아모레퍼시픽과 코오롱은 윈도모바일, 포스코는 블랙베리 기반 스마트폰을 초기 주력 단말기로 채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 회사 모두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계열로 모바일 단말과 운용체계(OS)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바일 오피스 업무 지원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이메일, 결재, 일정관리, 임직원조회 등 그룹웨어 중심에서 현장 영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지원기능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지 채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주력 단말기와 OS를 교체하고,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혁신 및 고도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당연히 중복투자 우려가 제기되지만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모바일 오피스 환경 변화는 이들 기업에 혁신과 고도화 측면에서도 한 발 앞서나갈 것을 요구했다.

모바일 오피스 1기 기업의 실제 서비스가 본격화된 것은 올해 초지만 이를 위한 의사결정과 준비작업은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됐다. 의사결정과 실제 서비스 오픈까지 반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사이 모바일 오피스의 핵심인 스마트폰 환경은 180도로 변화했다.

윈도모바일 기반의 옴니아와 자체 OS를 사용하는 블랙베리 정도였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 직원들 사이에는 회사의 잘못된 선택으로 구형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개인용 전화로도 쓰이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최신 유행을 좇는 직원 개개인의 선호도도 기업 모바일 오피스 정책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했다.

업무 영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확인이나 결재 정도만 처리하면 모바일 오피스가 완성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한 부분에 불과했다.

영업지원, 물류관리 등 현업 부서별로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경영진 역시 사내 업무에 활용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대외 비즈니스에 활용해 회사 실적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마치 성장기 아이의 몸에 맞춰 털스웨터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들고 나니 부쩍 자란 키 때문에 맞지 않는 옷이 되버린 형국이었다.

◇확산되는 모바일 오피스 혁신 이슈=모바일 오피스 1기 기업의 시행착오와 고민은 이제 막 모바일 오피스를 시작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인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의 기업이 모바일 오피스 선제 도입 경쟁에서 벗어나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옆에 회사가 스마트폰을 지급했으니 우리 회사도 지급한다`는 원칙 없는 경쟁 위주의 접근 방식은 사라져가는 상황이다.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준비를 마친 후에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물류업체 범한판토스의 김석태 업무혁신담당 상무는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검토했으나 기존 그룹웨어 수준의 도입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도입을 미룬 상태”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활용법을 찾은 후에 본격적으로 도입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미 도입한 기업도 내부 업무가 아닌 영업, 현장업무 지원 기능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으로는 OS 다변화로 인한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현재의 애플리케이션(앱) 방식에 모바일 웹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이 부상할 전망이다.

동부그룹의 모바일 오피스사업을 담당하는 이형석 동부CNI 부장은 “스마트폰 단말과 OS 종류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웹을 궁극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으나 웹 방식은 아직 보안과 속도 측면에서 제약이 많다”며 “이에따라 우선 하이브리드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연내에 본격적인 출시가 예상되는 태블릿PC도 기업 모바일 오피스 전략 변화의 주요 동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태블릿PC 출시에 맞춰 모바일 오피스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아이폰을 기반으로 부분적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운용 중인 제조업체 JS전선은 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되면 이를 업무에 활용할 방침이다.

황순철 JS전선 사장은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모바일 오피스 전면 확산사업을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PC 기반으로 전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