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전 세계 IT 업계에 빅뉴스가 타전돼왔다. 노키아 최고경영진(CEO)의 전격 교체 소식이었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의 40대 스티븐 엘롭을 신임 CEO로 선임한다는 파격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145년 업력에 최고경영자 자리를 핀란드인이 아닌 사람이 처음 맡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노키아를 아는 이들에게 변화는 벌써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스마트폰 쇼크 이후 노키아의 추락을 지켜보며 이미 지난해부터 회사 안팎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았던 터다. 비록 늦었지만 최고경영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지금이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긴급한 상황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아성처럼 보였던 노키아의 본질적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노키아 사람들, 그것도 핵심 인력들이 오랫동안 만들어낸 조직 내부의 타성이었다. 한때 노키아에서 스마트폰 개발을 담당했던 아리 하카라이넨은 얼마 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뿌리 깊은 관료주의 문화”로 표현을 대신했다.
변화에 둔감한 노키아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 하나. 노키아는 이미 18년 전 요르마 올릴라 회장 주도로 `서비스 컴퍼니`를 선언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어느 회사도 따라올 수 없는 제조업 경쟁력을 지녔지만, 앞으로 세상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등 이른바 스마트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심비안 운용체계(OS)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실제로 보여준 성과는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노키아 내부에서 변화의 의지조차 없었다고 혹평한다. 최고경영진이 변화를 진두지휘했지만, 정작 그들 자신부터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동안 경영 쇄신의 대상도 아래 직원들뿐이었다.
이제 노키아로선 사운을 건 실험에 들어갔다. 그러나 CEO 한 개인의 차원은 아닐 듯 싶다. 오랫동안 노키아를 관성화한 장본인은 과거의 주류 세력 집단이기 때문이다. 신임 CEO를 필두로 핵심 보직 임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후속 인사가 뒤따를지에 더 큰 관심이 가는 배경이다. 노키아의 변화는 비로소 그때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