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의 주요 기관장들이 잇따라 사퇴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달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한홍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임기 3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가운데 대전 소재 A연구원장마저 사퇴 논란에 휩싸였다.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도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런 저런 문제로 타깃이 된 기관장이 2~3명 더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주요 기관장 `자리`를 놓고 출연연이 술렁이고 있다.
국가연구소 기관장이 사퇴하거나 교체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시기와 절차다. 국가 R&D 거버넌스와 관련해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기관장은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주요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모양새가 안 좋다. 실제로 이달 초에는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기관장들이 국가R&D 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연판장을 돌려 전원이 찬성하는 일이 벌어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가 폐지되면서 과기계로 대거 유입된 민간인 출신 인물들과 기존 인력 간의 알력 다툼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교과부 통폐합 이후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에 과기부 출신이 아닌 외부인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전례 없이 주요 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구설수`가 양산되고 있다는 우려다.
내년 3월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을 앞두고, 필요하다면 문제점이 드러난 기관들에 대한 쇄신과 함께 사전 정지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기관 내부의 조그만 불협화음을 침소봉대하거나 뒷골목에 숨어 몰래 해치울 작업이 아니다. 정부가 현재 공석인 기관에 대한 인사와 함께 명확한 기준과 방침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