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최고를 유지하는 노하우

[리더스포럼]최고를 유지하는 노하우

운동선수의 경우 배고픔과 긴긴 무명 시절을 지나 힘들게 챔피언이 된 후 1, 2년도 안돼 타이틀을 넘겨주는 사례를 우리는 흔히 봤다. 사람들은 헝그리 정신이 사라져서, 또는 `1등`이라는 목표 달성 후 꿈이 사라져서 그런 것이라고들 한다. 1등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지만 1등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내 여성골퍼가 LPGA에서 우승 후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에 반해 스웨덴의 한 골퍼는 10년 이상 지속적인 승리를 일궈내기도 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추구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이란다. 국내선수는 세계 최고가 목표였지만, 세계 최고의 여성골퍼는 전홀 버디가 목표여서 흔들림이 없었다는 분석이었다.

많은 경우 개인이나 회사, 산업체의 목표는 외부적인 것에 집중돼 있다. 즉, 경쟁자, 타 업체, 다른 나라의 업적에 관심을 집중시켜 경쟁사를 이기는 것 정도의 목표를 중요시한다. 펩시의 목표는 코카콜라를, KFC는 맥도날드를 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를 이기는 것 정도의 한정된 목표는 일시적이다. 일단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그것은 최고 위치를 잃지 않고 유지하려는 태도로 바뀌게 되고, 그런 방어적인 목표가 창의성이나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TV, LCD, 휴대폰, 자동차, 선박 등에서 세계 일류다. 이중 LCD, 선박은 세계 1등이다. 더욱이 빙상, 양궁, 골프에 이어 여자축구까지 1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지난해 신규 수주량과 수주잔량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건조량 마저 1위 자리를 내줬다. 세계 최강의 조선국 자리를 조금씩 중국에 넘겨주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고를 유지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완벽`을 목표로 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기업을 앞지르기보다는 그 자신의 내적인 뛰어남의 기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선업의 경우 역시, 그 가치를 `안전성` 추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IT 융합기술을 통해 전 세계 선박을 육상에서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종 정보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를 기반으로 해양 환경 보호와 안전 항해를 도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며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탁월한 경쟁우위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여러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세분화된 어느 한 특정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 그러나 쉽게 모방될 수 있는 것으로는 차별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각인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경쟁우위를 가져다줄 원료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창조돼야 한다.

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이 될 수도 있고 보다 뛰어난 서비스, 보다 저렴한 비용 혹은 업계 최고의 전문 인력이나 최고의 브랜드, 최고의 평판이 그 원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1등이라는 목표가 아니라 목적의식에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등과 최고만을 고집하는 이 시대에, 최고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가치와 의식에 있다고 한다면 망령된 소리일까? 학창시절 시험 치기 전날 새벽까지 놀아도 1등만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항상 일등에 익숙한 그런 사람들이 많이 근무하는 대기업이 그 답을 가지고 있으려나.

신상철 RFID/USN센터 센터장 ssc@ru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