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객원논설위원 · 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jhl1019@hanmail.net)
언젠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영화제목을 본 적이 있다. 순간, 아내 · 가족 · 친구 · 제자들 얼굴이 떠올라, `뭐, 그럭저럭 그런 셈이지`라며 혼자 중얼댔던 것도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말 난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을까. 사랑이 뭐기에?
사랑이 뭐든,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 했다. 더불어 살며 서로 정을 주고받아야 사는 맛이 난다. 사랑 없이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란다.
그러나 사랑 나눔이 쉽진 않은 것일까. 익명의 사람들까지도 `내 친구`로 만들려는 노력들이 대단하다. 다름 아니라 SNS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하는 말이다. 수천만개의 블로그와 카페와 채팅 사이트들은 왜 24시간 쉼 없이 가동될까. 트위터와 미투데이는 왜 또 유행인가. 틈만 나면 모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요즘의 기이한 풍경은 어찌 생겨났을까. 혹시 각박한 현대를 살며 외로움에 찌든 인간들의 처절한 사랑찾기 몸부림은 아닐까.
비밀스러운 일기장을 공개하며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일촌`관계까지 맺는 2500만명 미니홈피 주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자신의 140자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퍼뜨리는 우리나라 150만명 트위터들의 애정공세 행각은 어떻게 봐야 하나. 대중 정치인이나 인기 연예인도 아닌 주제에 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꾸 재잘댈까. 존재감 확인인가, 자랑하고픈 본능인가, 아니면 제발 사랑해달라는 비명인가.
페이스북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무려 5억명이란다. `사이버레이션` 네트워크가 이토록 확장되고 있으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SNS의 위력은 더욱 커지리라. 파워 블로거들에 의한 광고나 트위터를 통한 홍보 등은 이미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유비쿼터스시대의 대고객전략은 스마트폰 기반 SNS환경으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단다. IT를 통해 사랑을 나누자는 SNS의 순수한 취지가 또 다시 자본주의에 의해 퇴색되는 듯해서 조금은 씁쓸해지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IT교수답지 않게, 메신저는 귀찮고, 미니홈피는 유치하고, 블로깅은 번거롭고, 트위팅은 싱겁고, 채팅은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할 일 없이 온라인 게임이라니! 난 역시 눈을 마주보며 손을 잡는 스킨십 만남이 좋다. 그래서인지 개인 블로그나 가족홈피 관리도 시들해진 지 오래다. 새로운 `앱`을 다운로드해서 노는 재미도 요즘은 별로다. 정말 나만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살고 있기 때문일까. 글쎄다.
며칠 전 동료교수 C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불과 40대 중반의 나이에 말이다. 청바지 차림에 한쪽 귀는 피어싱까지 했던 멋쟁이, 연구와 강의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오늘은 벌써 그리운 그에게 한마디 하고프다. 우리 마음속의 당신은 지금도 사랑하는 팔로어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늘나라에서도 가능하다면 트위트 한번 날려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