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품 기획] 김기중 변호사 기조 발제

김기중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죽은 가족이 남긴 디지털유품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상속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디지털정보가 부동산이나 은행 잔고처럼 법적으로도 상속 가능한 유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디지털유품을 둘러싼 법률적 쟁점은 디지털정보의 상속 가능 여부와 상속이 가능하다면 상속하는 정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이다.

`상속`이란 어떤 사람이 사망하면 그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를 혈족과 배우자에게 포괄적으로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정보를 죽은 이가 남긴 재산의 일부로 인정한다면 상속이 가능해진다.

우리 현행법은 정보를 재산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2002년 대법원이 컴퓨터에 저장된 시스템 설계 도면을 훔친 사건에 대해 `정보`는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최근 법률 전문가들은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저작권법 등에서 디지털정보의 재산권이 인정되고 있으며 디지털정보에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재산으로 보지 않았던 전기도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재산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디지털정보를 바라보는 인식 및 현행법의 해석이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정보를 재산으로 보고, 상속 가능하다고 보게 된다면 상속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 대한 법적 논쟁이 발생한다.

우선 디지털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계정정보의 상속 가능 여부가 논점이다. 현행법에서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 · 성명권 등은 상속의 대상이 아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같은 계정정보는 사망자가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사망자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상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견해다. 또 계정정보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정이용권 역시 상속 대상은 아니다.

사망자가 이 계정정보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비공개 게시물은 상속 가능한가. 이메일을 상속하는 것이 정보통신망법 제49조가 규정하는 `비밀의 보호` 조항과 상충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 조항은 누구도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메일도 상속이 가능하다는 측은 유족이 사망자의 이메일을 보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해 남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침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사망한 사람이 가족 몰래 보관한 일기나 편지도 유족이 모든 권리를 가지듯이 이메일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사망자가 남긴 비공개 콘텐츠의 상속 가능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다. 비공개 게시물은 비밀 정보이거나 사자의 개인정보에 관련된 것이므로 상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에 비공개 정보가 사망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비밀` 정보가 아니고, 보호받을 수 있는 개인정보는 생존자의 개인정보만 해당하기 때문에 상속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맞서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판례나 현재의 법 이론에 의하더라도 디지털유품은 상속의 대상이며, 디지털유품 처리는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문제로 확인 절차, 제공 범위, 청구 요건 등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 연합체의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