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따른 통신장비업체 간 인력이동이 한창이다.
임원급이 대거 이동하는 것은 물론 팀 전체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고객사에서 인력을 영입하는 경우도 많다. 해당 업체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를 영입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의 임원들 이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쓰리콤을 흡수하면서 네트워크 사업 강화에 나선 한국HP는 최근 시스코 출신의 조태영 상무를 네트워크 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조 상무는 네트워크는 물론 서버시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경쟁자로 떠오른 시스코와의 경쟁에서 최일선에 서게 됐다. 특히 네트워크는 HP가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분야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하듯 조 상무는 취임 일성으로 `시스코의 대안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화웨이코리아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는 김학수 전무도 최근까지 한국알카텔-루슨트에 근무했다. 통신사 영업 강화를 위해 영입한 경우다.
또 데이터크래프트코리아는 지난 9월 한국IBM 출신의 최종욱 전무와 이상엽 상무를 영입했다. 이달 1일자로 노봉균 전무도 영입했다. 서비스사업 강화를 위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지난 8월에는 고객사인 SK브로드밴드 출신의 박태영 전무도 지난 8월 영입했다.
어바이어코리아도 시스코코리아 출신의 엄수창 이사를 영입했다. 노텔의 데이터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새로 시작된 데이터사업부문의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엄 이사와 함께 시스코에서 차 · 과장급 인력도 함께 영입했다. 역시 시장에서 가장 크게 경쟁해야 하는 업체 출신을 영입한 경우다.
최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 · 콘텐츠 전송전문업체인 아카마이코리아의 정진우 사장은 데이터크래프트코리아를 거쳐 국내 네트워크업체인 콤텍시스템에 정보통신연구소장으로 근무했었다.
또 이달 신임 모토로라코리아 대표로 임명된 정철종 사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근무하기는 했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신규 사업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는게 제일 빠른 방법”이라고 전제한 뒤 “IT업계, 특히 통신장비업계의 전문가 인력풀이 작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은 경쟁 업체간 이동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