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통신업체 KT가 신용카드업 진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카드업계와 통신업계 모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대 통신업체가 모두 카드업에 진출하면서 KT와 SK텔레콤이 펼칠 대결 구도도 큰 관심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카드와 통신 간 결합이 생각만큼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초 카드와 통신 간 융합이 획기적인 시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 두 부문 간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이 대세"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카드와 휴대전화로 결제할 때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KT, 연내 비씨카드 최대주주=KT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비씨카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은행과 비씨카드 지분 인수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T는 비씨카드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7부 능선을 넘어섰다.
KT는 이미 신한카드와 MOU를 맺은 바 있기 때문에 이르면 연내에 비씨카드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체결한 MOU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대 20%까지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대신 KT가 신규로 카드 발급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만약 KT가 카드사업에 별개로 착수해 경쟁사업자로 등장한다면 넘겼던 비씨카드 지분을 원상복귀시킨다는 단서를 달 계획이다.
물론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KT가 카드 발급사업 진출을 포기하면서까지 비씨카드 최대주주가 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향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되겠지만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씨카드 지배구조도 향후 과제다. KT가 보고펀드(30.68%)를 제치고 비씨카드 최대주주가 된다 해도 지배 지분(50%+1주)을 확보하지 못한 이상 독자경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너지 어떻게?=시장에서는 `KT+비씨` 모델은 `SK텔레콤+하나` 모델과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와 하나카드 속성이 다른 만큼 결합 양태와 시너지 등도 서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KT 측은 모바일카드 부문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하나SK카드와 비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KT와 비씨카드 간 시너지는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T는 유ㆍ무선 통신망을 가지고 있고 비씨카드는 국내 최대 가맹점망을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시너지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모바일카드 모델 제시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일단 하나SK카드 출범으로 모바일카드가 돛을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대세는 플라스틱 카드다. 모바일카드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차별성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로 긁으나 카드로 긁으나 걸리는 시간 등 별반 다를 게 없다"며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이 없는 한 모바일카드 대중화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일선 기자/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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