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때문에 출근을 못하겠다고 하면 봐줘도 우울해서 출근을 못하겠다고 하면 난리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렇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 이상 재미있는 일도 없고 신기한 일도 없다. 더 이상 내 속에서 미지와 신비를 길어 올릴 수 없다. 더 이상 두렵지도 않지만 설레지도 않다.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다.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고 잠만 자고 싶다. 감기라면 약이라도 먹고 털고 일어날 텐데 지금은 약도 없다.
머지않아 직장인의 결근 사유 1위가 `감기`가 아니라 `우울증`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점점 더 의학기술은 발달되어 몸은 건강해질지 모르지만 점점 더 세상은 각박해져 영혼은 메마를 수 있다. 이제 신체적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먹듯 영혼의 건강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동차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주유를 해야 하듯이 기분이 우울하면 내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기분은 내면의 문제를 알리는 경고신호다. 경고등을 모른 척한다고 자동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내 기분을 무시한다고 내면의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 우울한 기분을 무시하고 혹사하거나 방치하면 안 된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요즘 기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경고등이 고장난 것이다. 부정적인 기분이 들 때 감추거나 억누르지 말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심호흡을 하자. `내가 너무 달려왔구나`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잊고 있었던 감사할 것들을 되새기자. 필요에 따라 감기약을 처방받듯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지독한 감기에 걸렸는데 병원 안가고 끙끙 앓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 우울증은 영혼에 감기가 걸린 것이다. 부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담담히 응급처치하고 전문가에게 의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