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통신인프라 투자 위축… 경쟁력 저하 우려

금융권 차세대 통신투자가 매년 예산이 감소하거나 주요 프로젝트가 집행이 되지 않으면서, 수년째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전반에 IT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위축으로 인한 금융권의 경쟁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가운데 IT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2008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IT 투자 예산을 마련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3800억원 정도의 투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20% 이상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자금시장법 등으로 인한 차세대시스템 투자 등이 이뤄진 컴퓨팅 분야와 달리, 네트워크 등 통신투자는 예산이 책정됐던 사업마저 우선 순위에서 밀려 투자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최근 예정됐던 녹취시스템 구축사업은 최근 벌어진 각종 이슈로 인해 투자가 연기됐으며, 올해 4월로 예정됐던 신한금융투자의 지점 통신환경 개선사업 및 통합커뮤니케이션(UC) 구축사업도 실적 개선을 이유로 취소됐다.

우리은행도 최근 2~3년간 IP텔레포니를 비롯한 각종 통신 인프라 투자예산이 책정됐지만, 집행된 경우는 거의 없다. IP텔레포니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구성했던 국민은행도 투자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투자가 축소되면서 간간이 일어나는 투자도 기존 라우터, 스위치 등 5~7년된 노후 장비의 교체 정도 수준이다. 또 모 은행처럼 스마트폰 등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예산 절감을 이유로 PC 위주의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의 절름발이 투자도 빈번하다.

증권사 중에서는 IT투자가 비교적 활발한 대우증권의 경우도 텔레프레즌스 등으로 많은 효과를 봤음에도 10억원 이상의 투자 프로젝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의 내년 투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보통 은행권은 7~8월에 예산작업을 시작해 10월까지 진행하고 11월께 확정되지만, 현재 분위기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즘 글로벌 금융의 경쟁력은 IT투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국내 금융권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IT 인프라를 갖춰야 하지만, 통신분야에 있어서는 예외인 것 같다”며 “UC, 인프라투자, 브랜치 성능 개선, 밴드위스 확장 등 이미 다른 산업군에서 투자에 한창인 분야마저 가장 앞선 서비스 산업인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뒷전”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T 인프라는 투자 대비 가시적인 효과가 없어 사실상 줄이고 있는 형국”이라며 “내년 투자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도 “단순히 프로젝트가 줄어 해당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측면이 아니라, 주요 고객인 금융권이 경쟁력을 갖춰야지만 우리 같은 기업도 중 · 장기적인 상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