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이라는 방송 초유의 사태가 우려됐던 케이블TV방송사(SO)와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 분쟁이 대화와 협상이라는 기본원칙을 세우고 일단락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재송신 문제가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 이들이 지금 합의한 것은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지 재송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1년간 소송과 집단실력행사 등 대립으로만 치닫던 SO와 지상파방송사가 처음으로 논의 테이블에 앉게 된 것만도 성과라면 큰 성과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말까지 협의를 주재하고 재송신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두 달여간 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시청자 피해를 일으키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방안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점검한다.
<상>제도 마련의 쟁점은.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4년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방송위원회는 SO의 권역 내 지상파 방송 채널을 의무 재송신하는 안을 담은 방송채널운용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SO와 지상파방송사 모두의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되고 말았다. 지상파는 향후 대가를 받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반대했으며, SO는 모든 지상파TV채널을 의무재송신할 경우 자신들의 채널편성권을 침해받는다고 받아들였다. 찬성한 사업자는 지역 방송사뿐 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은 입안되지 못하고 결국 6년 후 다시 제도 논의로 돌아오게 됐다.
방통위는 제도 개선 전담반의 연구로 방송법의 재송신 관련 조항 개정을 추진하거나 사업자 허가 제도를 통해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책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이번 전담반에서는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개념 정립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을 모두 보편적 서비스 역할로 볼 것인지 공영과 민영을 구분할 것인지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상파 방송사가 동시중계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모든 채널을 의무재송신하도록 규정하는 정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의무재송신은 KBS1과 EBS에만 한정되어 있다. 의무재송신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후 의무재송신 외의 채널에 대해서는 계약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자율적인 계약에 따라 재송신을 한다고 해도 공정 계약과 시청자 편의를 위해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쌍방의 대가 산정 방식도 들어가야 한다.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조짐이 보일 경우 조정할 수 있는 기구도 마련되어야 한다.
재송신 개념도 재정립해야 한다. 방송법 78조는 재송신을 `변경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재송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신호가 같은 아날로그 시대에는 적용될 수 있지만 플랫폼 마다 신호가 다른 디지털시대에는 애매한 해석만을 낳게 됐다. 실제로 이 문제가 민사재판에서도 거론됐다. 케이블과 지상파의 신호가 각기 다른 방식이어서 SO는 지상파의 신호를 변조해 케이블 채널에 넣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는 기술적인 접근보다 시청자 중심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그동안 재송신 목적이나 취지가 분명치 않아 새로운 사안이 발생할 때 마다 이해관계자의 다툼에 말려드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에서 제도 마련은 포괄적인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상 방통위 국장은 “재송신 관련 분쟁 해결 제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방통위가 보다 효율적으로 사업자 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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