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중앙은행

중앙은행은 발권은행인 동시에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의 효율적인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정책운용 초점을 경기부양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막는 데 맞춘다. `경기부양이냐 물가안정이냐`를 두고 한국은행이 정부 부처와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18일과 19일 열린 국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조치가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고 환율 방어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서민들만 물가상승의 희생양이 됐다는 의원들의 질타다. 한국은행은 당시 각국의 환율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물가는 상승하고 글로벌 환율전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동결, 물가 상승 위협을 부추기고 중앙은행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가뜩이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하지만 최근 중앙은행의 역할은 재조명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전통적인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위기 예방, 고용 등 실물경제 지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중앙은행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 외에 금융시장 및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거듭 확인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요20개국(G20)은 재정확대 및 과감한 금리인하, 유동성공급 확대 등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공조를 강화해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했다.

한국은행도 통화가치와 물가 안정이라는 고유업무 외에 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은행에 본연의 업무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변모된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