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인터넷사업자인 NHN이 내년 오픈마켓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한다.
NHN의 오픈마켓 진출은 그동안 포털과 게임이라는 양대 핵심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와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NHN이 오픈마켓에 진출함으로써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NHN, 내년 3월 오픈마켓 런칭=20일 업계에 따르면 NHN의 오픈마켓 진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NHN은 최근 사내에 오픈마켓 태스크포스(T/F)를 결성,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으며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NBP)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NHN은 오는 21일 오픈마켓 통합관리 솔루션 업체와 쇼핑몰 솔루션 업체를 대상으로 한 신규사업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오픈마켓 진출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할 예정이다.
일단 NHN의 오픈마켓은 별도 사이트를 구축하기보다는 네이버 내 기존 지식쇼핑을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물품을 검색한 뒤 클릭하면 해당 쇼핑몰 사이트로 이동해 결제를 완료하는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네이버의 오픈마켓은 네이버 내에서 상품 검색과 구매, 결제까지 모두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쇼핑몰 사업자들에게 미니숍(mini-shop)를 만들어주고 네이버의 결제수단인 체크아웃을 통해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네이버는 이미 오픈마켓 서비스에 필요한 제반 기술과 서비스를 구축한 상태로 내년 3월께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뒤 11월 정식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색.게임 이어 제3의 수익원 육성=NHN의 오픈마켓 진출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은 옥션의 종합쇼핑검색사이트 어바웃 런칭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NHN은 그동안 옥션과 지마켓 출신 임직원을 영입, 오픈마켓 진출 타당성 및 수익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업계에서는 쇼핑캐스트와 지식쇼핑, 체크아웃 등의 존재로 인해 오픈마켓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업자로 NHN을 꼽아왔다.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해 이미 가격비교와 쇼핑몰과의 연결 시스템 등 오픈마켓 운영에 필요한 기본 플랫폼을 구축한데다 체크아웃을 통해 결제시스템까지 갖추면서 굳이 NHN이 `수수료 장사`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NHN의 오픈마켓 진출의 가장 큰 목표는 새 수익원 발굴이다.
포털 네이버의 경우 아직 압도적인 검색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광고 매출 등에 있어 어느 정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모바일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검색이나 콘텐츠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모바일 환경에서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정착돼 있지 않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띠배너 광고를 테스트했고 9월부터는 검색광고를 도입했지만, 아직 유료화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모바일 시장에서는 음성검색, 음성입력 등을 내세운 구글이나 지도와 QR코드 등으로 무장한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다른 포털에 밀려 유선 웹만큼의 시장 지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NHN의 게임사업부문인 한게임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NHN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천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4% 늘어났는데 검색 부문은 같은 기간 22.3% 증가했지만, 게임 부문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사회적 비판 등으로 `고스톱` 등 대한 비중을 줄이면서 한게임 매출이 감소, 업계 4위인 네오위즈게임즈(937억원)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다.
결국 당장은 검색 광고 부문에 힘입어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유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수익원 발굴없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 오픈마켓 진출을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베이.SK텔레콤과 정면 승부=NHN은 국내 1위 인터넷사업자이면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오픈마켓 진출 이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오픈마켓과 전문 온라인쇼핑몰을 합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09년 기준 20조6천억원으로 G마켓이 거래액 기준으로 전체의 23%, 옥션이 1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의 자회사로, 오는 11월 합병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11번가가 SK텔레콤의 지원을 얻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지난해 거래액 1조7천억원으로 8%의 점유율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3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온라인 쇼핑 구매연령이 높아지면서 대기업 계열의 전문 온라인쇼핑몰인 롯데닷컴, GS이숍, CJ몰 등의 거래액도 증가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전체 쇼핑몰 웹 트래픽 발생에 있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가 오픈마켓, 크게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면 기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색포털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에 있는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쇼핑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네이버가 직접 오픈마켓을 운영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흔들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의 시장 진입에 이어 신세계가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마켓과 옥션 중심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11번가의 시장 진입 당시 드러났듯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으로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업체의 진입은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한정된 시장에서 서로 다투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과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SK텔레콤도 오픈마켓 진출 초기에 고생한 만큼 NHN이 이베이나 SKT와 같은 이종업계의 공룡과 경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본업이 아닌 곳에서 국내외 대기업들과 경쟁하다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옥션과 지마켓을 중심으로 식품카테고리가 성장하면서 올해는 신세계 이마트몰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면서 "앞으로 온라인쇼핑몰 시장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혼전을 펼치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