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넓어진 인터넷세상과 `선진 IT문화 강국`

손연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정보통신윤리학회 회장)



인터넷 세상을 향한 기대와 가치는 정보의 바다와 공론의 장이었다. 정보사회를 조망한 초기 미래학자들은 인터넷에 힘입은 정보 공유 · 교류를 통해 지식 발전의 가치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상당 부분 그들의 시각은 옳았다. 인터넷을 통해 폐쇄적 지식으로는 경험하지 못한 집단지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은 현실 세계의 저 편에 놓인 또 하나의 세상, 사이버 세상을 안겼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머릿속 꿈을 설계하고 그려내는 세상, 현실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관계 네트워크를 구성해 설치한 나름의 세상이었다.

한계도 있었다. 최소한의 가치판단 또는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정보, 익명 뒤에 숨어 쏟아내는 배설성 루머, 타인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배려의 기운마저 무시하는 막무가내 의견개진 등이 문제였다. 빠른 IT 발전은 적절한 제어장치를 만들기 위한 공감대조차 만들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터넷은 한발 더 나아갔다. 스마트폰 이용이 확산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세상에 들어와 누릴 수 있는 시대, 시공간 제약 없는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은 다양한 모습으로 소통의 틀을 만들면서 전통적인 통신의 영역마저 껴안았다. 건강한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 확대에 비례해, 폐해와 역기능의 마당도 넓어진 셈이다.

이제 우리도 인터넷 문화를 바꾸어야한다. 소수의 방종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고 다수의 행복을 담보하기 위한 형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간 우리사회에서는 인터넷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자율`과 `윤리`가 강조돼왔다. 하지만 `자율`과 `윤리`는 다수의 공감대 아래 지속적 노력이 요구되는 문화적 양태다. 구획 정리하듯 한꺼번에 싹둑 잘라 갈라내는 과단성보다는, 시간 속에서 건강한 문화적 산물로 만들어가는 거시적 안목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인터넷 문화는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하는 사회의 노력이다. 인터넷 사회 역기능 방지와 순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 · 법제도 · 홍보 · 관련 연구 등 융합시대에 부합하는 통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긴 호흡으로 인터넷 문화를 다듬고, 끈질기게 문화를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넷 문화 강국` `건강한 IT강국`을 향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건전한 문화 조성 · 확산으로 사이버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아가겠다는 의지 아래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 정보통신발전지수는 세계 2위, 인터넷 이용률 77%. 이 수치는 IT인프라의 우수성과 국민의 적극적 호응을 대변한다. 국민적 공감대 아래 만들어진 건강한 IT이용문화를 바탕으로 `인터넷 문화지수 1위` `IT이용 건강성 1위`라는 찬사 속에 `선진 IT문화 강국 코리아`를 내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