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를 향해 가는 배에 타고 있는 듯하다. 머지않아 침몰을 앞두고 있는데 선장 · 선원들은 나른하게 졸고 있다. 흔들어 깨워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바뀔 것이 없다는 확신과 바뀌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만나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 세상은 연속이 아니라 단절이고 연장이 아니라 비약이며 진화가 아니라 혁명인데 사무실은 너무 평온하다. 패기와 열정은 약에 쓰려도 찾기 어렵고 실험과 도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개인보다 굼뜬 조직의 매너리즘,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소년의 말에 두세 번 속아본 마을 사람들은 그 다음부터는 소년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그동안 혁신이 형식적인 선언과 총론만 외치는 이벤트여서 이번에도 꿈쩍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구성원들은 과거 경험에 의해 리더가 주장하는 외침의 진실성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일주일만 참으면 사그라들 것인지 1년간은 시끄러울 것인지를 눈치 빠르게 파악한다. 직원들이 변화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또 이러다 말겠지 하기 때문에 심드렁한 것이다.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심각하고 얼마나 간절한지 몰라서 못하는 것이다. 변화하기 싫어한다고 나무라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변화하면 좋겠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자. 업계의 변화와 조직의 손익, 직원의 공헌에 대해 정보를 주자. 완결된 업무의 수, 전화응답건 수, 새로운 아이디어 수, 기존고객 재구매건 수 등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알려주자. `공부가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선생님은 황당하다. `이 요리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해놓고 정작 요리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요리사는 허망하다. 얼렸던 고기는 해동을 해야 요리할 수 있다. 그동안 슬로건만 난무하던 혁신에 이미 마음이 얼어버린 직원들을 해동시키려면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