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중독)은 자기조절 능력과 가족 구성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여부 등과 같은 개인적 · 가정적 원인이 게임 이용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과몰입 해결을 위해 게임의 이용시간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규제정책이 오히려 게임 부작용의 근본적인 해결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수도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게임을 강박적으로 이용하거나 끊지 못하는 과몰입적 이용은 개인의 `사회성`과 `자기조절 능력` `가정 구성원의 가치체계 공유와 의사소통 정도` 등과 연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내성` `금단` `과도한 시간 소비` 등 다양한 척도에서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게임 과몰입 등 부정적 이용 행위를 보인 사람과의 상관관계가 8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게임 이용의 행태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으로 조사됐다.
전자신문 ETRC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 중독에 대한 정의가 사회적, 학문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몰입이라는 게임의 속성과 `충동 조절 장애`라는 병리 현상을 혼용해 위험성이 과대 포장됐고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대외 환경이나 변수는 고려하지 않은 채 게임 자체에서만 찾고 있어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 · 심리 · IT · 의학을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역시 `게임과 폭력성` 등과 같이 게임 관련 문제를 명확하게 적시해 관계를 연구하거나, 게임 및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 문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을 취하고 있어 게임 자체를 제한하려 하는 우리 현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 · 연세대 · 고려대 · KAIST 4개 대학 학생 2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들 학생의 고등학교 시절 게임 이용시간은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게임이 학업에 방해된다`는 일반적 인식과 배치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들 학생은 주당 `2~5시간` 및 `5~10시간` 게임을 했다는 비중이 40.8%와 23.3%로 나타나 10대 평균(37% 및 17.5%)보다 높았다.
인터넷 및 게임 문제 전문 상담센터인 서울시 광진구 IWILL센터 박인영 상담원은 “게임이나 인터넷 문제를 겪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거나, 주변과의 소통 부족, 우울증 등의 공통점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드러난 증상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은 어른들의 시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훈석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TV, 휴대폰, 게임 등 기계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창의성이 탄생시킨 다양한 매체나 인공물들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닌다”며 “게임의 순기능을 살려 개인과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높이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