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나 보다. 문자도 씹고 메일에도 함흥차사다. 지적하기에는 치사할 만큼만 시간을 어기고, 맡기기에 불안할 정도로 느리게 대답한다.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최대한 얼굴을 안 보이고 간혹 나타나면 `적당 적당히 합시다. 그런다고 월급 더 나오나요?`라며 웃음을 흘린다. 짤려도 비빌 언덕이 있어서 저러는 건지 그 초월함이 부럽기까지 하다. 다행히 타부서 동료이니 망정이지 내 부하였다면 혈압 올라 제 명에 못 살았을 거다.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타인 그 자체가 곧 지옥이다. 나를 보고 그 누군가는 `조급하다, 빡빡하다, 지독하다`고 손가락질할지 모른다. 스타일의 차이인지 업무 문제인지 명확하게 분간하자. 업무목표라는 한 가지 교집합을 제외하고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동료와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너무 가까이서 눈 흘겨도 안 되고 너무 멀리서 등 돌려도 안 된다. 업무는 해야 하고 혈압은 가라앉혀야 하니 말이다.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둥, 태도부터 문제라는 둥 하며 사람 자체를 평가하면 점점 더 내 혈압만 오른다.
자녀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 “넌 엄마 마음을 알기나 하니?”라며 나무라면 상대는 당황한다. 남편에게 가사노동을 시킬 때도 “정말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야?”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들고 나서면 진도가 안 나간다. 핵심 현안은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것이다. 생각에 대해 논쟁하지 말고 행동에 대해 합의하자.
태도와 생각은 타인이 바꿀 수 없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그들을 인격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업무적으로 협조 받는 것이다. 약속한 업무를 제시간에 제대로 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하자. 가능한 한 쉽게 가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이것을 안 지키면 최대로 고생한다는 점을 알려야 굼뜬 엉덩이를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