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서 듣는다

 20일 오전 만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얼굴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이날 오전 10시 문화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직후였다. 지난달 31일 문화부 장관에 내정된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장에서 만났던 그가 아니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회전문 인사 대표적 사례이며, 낙하산 인사 종결자라고 지적받았던 것은 벌써 과거가 됐다. 이날 그의 모습에서는 여유와 자신감과 일에 대한 충만한 열정이 감지됐다.

 임명 초기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최 장관은 이날 자신을 에스컬레이터에 비유했다.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 왔으며, 콘텐츠 기본인 인문학을 전공한 역대 두 번째 장관이라는 것이다. 초고속 승진을 상징하는 수직상승형 엘리베이터도 아니며, 하늘에서 떨어진 낙하산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또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면서 직원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삼겹살 소통론’을 펼쳤던 일화도 소개했다. 직원에게는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 돼 달라고 당부하면서 즐겁고 신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 마지막 문화부 수장이 될 최광식 장관에게서 앞으로 대한민국 문화정책 방향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그동안 진행된 두 번의 기자회견과 인터뷰, 국회 인사청문회, 국정감사를 통해 최 장관이 밝힌 정책과 철학을 재구성했다.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G-20 정상회의 환영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해 우리 문화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알린 것, 고려대 박물관장으로 있던 시절 아직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던 북한 유물을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한 것, 고구려사 왜곡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의도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문화재청장으로 재임한 지 7개월 만에 장관에 임명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역사 민속이 전공이기 때문에 인문학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탄탄히 해 한류 세계화를 이뤄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한다. 전통문화의 현대화, 세계화를 이루겠다. 품격 있는 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게 장관의 역할인 것 같다. 장관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이다.

 -대한민국 문화 정책 수장으로 앞으로 어떤 문화행정을 펼칠 것인가.

 ▲문화를 통해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가 결합된 스마트 파워 코리아를 만들어 나가겠다.

 또한 새로운 문화와 가치의 결합이 통일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듯이,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넘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친서민 문화 정책을 추진하겠다. 또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책철학은 무엇인가.

 ▲우리 콘텐츠 산업 구조적 문제인 영세성을 극복하고 기기-서비스 업종과 공생 발전형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중점 추진하고자 한다.

 우선, 콘텐츠 산업 재원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 아바타 한 편 제작비에 미치지 못하는 재정(4800억원)으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문화콘텐츠(CT)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국회에) 의견을 구하겠다.

 둘째,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돌파구로 콘텐츠 산업이 앞서나도록 노력하겠다. 콘텐츠 산업은 20∼30대 청년층이 80%에 이르고 고용 창출력이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분야인 스마트 3D 융합콘텐츠를 중점 육성하겠다. 연평균 20∼90%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 하는 정책과제는.

 ▲지금 신한류가 호응을 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가려면 우리 전통문화를 접목해야 한다.

 ‘한류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갖춰 나가겠다. 문화예술 교육도 강화해 나가겠다.

 지역문화 활성화도 필요하다. 지역문화 활성화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필수적이다. 전통문화와 지역문화 육성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

 -게임정책에 대한 철학과 견해는.

 ▲셧다운제가 11월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제도가 일방적 규제로 전락하지 않고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에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평가제도를 마련하는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특히 (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다른 부처와) 절충해서 풀어나가겠다.

 게임중독과 관련해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게임 과몰입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 게임 과몰입 상담지원 확대, 상담 치료프로그램 개발, 게임 과몰입 전문 상담사 양성 등 상담 역량을 확충하겠다. 또 게임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등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등을 작성할 경우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는 소위 인터넷 실명제(본인 확인제) 실시에 대한 견해는.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하루 평균 이용자수 10만명 이상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익명성을 활용한 사이버 언어폭력, 명예훼손 등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보다 책임있는 공론 형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건건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조성하고 악성 익명 댓글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문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복지 대책은.

 ▲문화바우처 사업 등에 관한 정부 예산을 더 확보하겠다. 문화 복지를 확대하는 데 있어, 기업이 문화기관과 손을 잡고 소외계층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1사 1문화단체가 손잡는 메세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

 -앞으로 장관 위치에서 남북 문화교류 계획은.

 ▲문화 부분에서는 민족 동질성 확보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문화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삼국유사를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북한과 함께 아리랑을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통일부와 협의하겠다.

 -지방 문화 활성화 방안은.

 ▲지역 문화시설은 복합문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순회 공연을 많이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문화를 위해선 공연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지방 박물관은 특성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 경주는 신라, 김해는 가야 등 이런 식으로 특성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 특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증액돼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긴축재정으로 인해 현재 3조5000억원이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 4조7000억원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증액돼야 하는 분야는 문화 콘텐츠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