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KBS 수신료 이번엔 올려야 한다

김 성 호 객원논설위원 · 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방송 수신료의 유래는 이 땅에 방송이 개시된 때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일제하였지만, 1927년 2월 경성방송국이 개국되면서 라디오 수신료(청취료) 제도가 탄생됐다. 처음 시행된 청취료는 무려 월 2원이었다. 그 당시 커피 값이 10전, 쌀 10킬로그램이 3원20전이었으니 퍽 고가인 셈이다.

KBS 수신료 인상이 작금, 장안의 관심사다. 그러나 돌아보면, 수신료 인상 시도는 어느 정권에서든 계속 반복돼 왔던 사안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모두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따라서 여야가 여러 번 뒤바뀐 지금의 정치권에서 갑론을박 할 처지는 아니다. 국민들이 KBS의 독립성 · 공정성 보장을 전제로 인상을 주장하면 모르지만 정치권에서 권력의 입지가 바뀌었다고 논리를 뒤집어 발목을 잡는 행태는 온당치 않다. 아울러 인상안 의결 1단계 기관인 KBS이사회가 편을 갈라, 정파의 대리인 노릇을 하는 양태도 어른스럽지 못하고 보기에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8년 3월, 한 일간지는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5000원으로 100% 올리고, 대신 2TV의 광고를 반으로 축소하겠다`는 KBS의 구상을 사설을 통해 논박했다. 이러한 사례는 30년 가까이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는 풍속도였다. 앞의 기사가 게재될 당시 일간지 구독료는 이미 8000원 선을 넘어섰다.

신문 구독료와 TV수신료를 단순 논리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기왕 구독료 얘기가 나왔으니, 두 매체의 변동 추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1963년 1월을 기준으로 보면 구독료는 80원, 수신료가 100원으로 TV가 20원이 앞섰다. 구독료가 수신료를 역전시킨 시기는 1979년 2월 1일, 구독료 1200원, 수신료 600원으로 2배 차이를 보였다. 이 격차는 1981년 4월 1일 컬러TV가 도입되면서 2500원으로 해소됐는데, 같은 날짜에 구독료도 동일 가격으로 인상됐다. 그리고 그 격차는 급속도로 크게 벌어져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KBS 수신료 이번에는 꼭 올렸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모처럼 오랜 기간 연구, 검토한 데다 전국적으로 토론 성격의 논의까지 거쳤고, 여건 조성 등에도 국민적 비용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상의 관행`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인상액의 적정선 논란보다 일정 수준 올린 다음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등장하는 방송의 독립성 · 공정성은 KBS CEO 임명권자와 임명된 자의 의지의 문제이다. BBC가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이 된 데는 이 양자간의 `불간섭주의 원칙`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공정사회, 참으로 좋다. 그러나 사장, 감사를 낙하산으로 보낸다면, 공정사회나 방송의 독립성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