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여행사, 反구글 연합 구축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여행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ITA소프트웨어를 인수하려 하자 미국 온라인 여행 업계가 강력 반대하는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온라인 항공 예약 서비스에서 ITA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65%를 넘기 때문에 인수가 성공하면 전체 온라인 여행시장이 구글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ITA는 비행 일정 관리용 소프트웨어와 항공권 비교검색 서비스를 여행대리점과 검색서비스 업체에 제공하는 업체다. 구글은 지난 7월 ITA와 7억달러에 인수 협상을 마치고 미 법무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익스피디아, 카약닷컴, 사브르홀딩스, 페이로직 등 6개 인기 온라인 여행사이트는 페어서치(FairSearch.org)라는 연합을 결성했다.

페어서치를 비롯한 반구글연합은 검색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구글이 미국 온라인 여행사업을 장악하기 위해 ITA를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10대 항공사 중 6개 이상과 실시간 연동되는 ITA 소프트웨어를 구글에서만 서비스한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온라인 여행사들이 고사 상태에 놓인다는 것이다.

페어서치는 향후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불만이 계속되자 미국 법무부도 지난 9월부터 검색 과정에서 반독점에 위반되는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집중 조사해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빙(Bing) 검색엔진에 여행 검색을 강화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가세할 전망이다. MS 역시 실시간 항공권 예약 조회 등에 ITA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ITA의 항공운항 검색서비스인 `QPX`는 MS 검색엔진인 빙 트래블(Bing Travel)의 주요 서비스다. MS는 `IT공룡` 구글과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평가받아왔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밋도 지난달 24일 "인터넷 시장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MS의 빙이며 애플과 페이스북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바 있다.

미국의 온라인 여행시장 규모는 2010년 1120억달러(126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일반 여행시장이 정체기를 보이는 데 반해 온라인 여행시장은 연 8% 이상 고속 성장을 구가해 왔다.

구글로서는 ITA가 온라인 여행시장 장악을 위한 7억달러짜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부 검사 출신으로 여행업체 `익스피디아` 소속 변호사 토머스 바넷은 "그들의 막강한 검색 장악력은 결국 이용자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지를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자신들의 인수가 여행산업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저 이용자들이 구글에서 항공정보를 검색할 때 더 유용한 검색 결과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구글은 오히려 자사를 통한 검색도구 개발이 온라인 여행사이트와 항공사들의 잠재 고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앤드루 실버먼 시니어 매니저는 "우리는 항공권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구글 여행사들은 온라인 항공권 예약에서 ITA 서비스의 역할을 대체할 만한 방안이 없는 만큼 어떠한 방식으로든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매일경제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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