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서울올림픽`과 `코리아`

해외에서 외국인들끼리 만나면 먼저 궁금해 하는 것은 국적이다. “○○에서 왔습니다”라는 소개가 끝나야, 자신들이 알고 있는 상대방 국가에 대한 지식과 인연의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대화가 이어진다. 그만큼 해외에 나가게 되면 내가 소속된 국가의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는 활동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1988년 올림픽 직후,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만나 간단한 소개가 끝나면 그 다음 바로 듣게 되는 말이 `아, 서울올림픽`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는 `서울`은 알지만 `코리아`는 모르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시는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생소하다는 표정의 어색한 웃음이 돌아오지만, 코리아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을 인지시켜 주면 이야기가 이어지는 그런 때였다. 당시 해외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서울올림픽을 화제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고도, 막상 내가 `코리안`이라고 하자 그 나라는 어디냐고 물어올 정도였다.

고유명사처럼 사용된 `88서울올림픽`이란 이름에 `코리아`가 아닌 개최도시 `서울`이 들어 있었기 때문으로 이해되는데, 이것이 바로 국제 행사의 보이지 않는 홍보 가치기도 하다.

우리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기본 소양이 있는 지구촌 구성원이라면 이제 `코리아`는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인지도 향상이 아니라 밸류를 높여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공감하는 코리아의 밸류 중 하나는 IT다. 오죽하면 MB가 외국을 국빈 방문할 때 상대 대통령 등으로부터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 `IT코리아에 대한 부러움`이겠는가.

서울올림픽을 앞세워 `코리아`에서 전쟁폐허의 이미지를 발라낸 지 20여년. 1990년대 이후 우리 국격은 IT에 의해 급상승했다. 얼마 전 ITU전권회의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제 곧 열릴 G20 정상회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IT코리아가 끌어 올린 국격이 `디스카운트 코리아`를 `밸류코리아`로 끌어올리며 우리 상품과 서비스의 `제값받는` 해외수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