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수출의 다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충 얘기해서 `수출의 다리`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 5000만명 가운데 1%가 안될 것이다. `수출의 다리`라는 말을 들어봤어도 기억에 담아두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수출의 다리`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에 있는 고가차도 이름이다. 다소 낭만적인 느낌(이름만)마저 풍기는 이 다리는 구로공단 시절부터 존재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수출의 10%를 책임지던 구로공단에서 수출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동안 수차례 이 곳을 지나쳤던 사람도 정작 다리의 이름은 몰랐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대 IT지식산업단지라고 일컬어지는 G밸리 벤처인들에게 `수출의 다리`는 원성의 대상이다. 교통체증의 1차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수출의 다리`를 경계로 1,2단지와 3단지가 분리되어 있고, 아래로는 국철이 지나간다. 대체도로나 우회도로가 없기 때문에 한번 교통 체증에 걸리면 옴짝달싹을 못한다.

문제는 이곳이 지식산업의 프론티어 기업들이 한데 모여 있는, 국내 최대 IT지식산업단지라는 데 있다. `국가산업단지`이기도 하다. 마침 지난주에는 입주기업 1만개 돌파 기념식까지 열렸다.

과거 제조업이 대부분이었던 구로공단 시절처럼 물동량이 많지는 않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면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바이어나 고객들을 초청해 상담을 해야 하는 IT벤처기업 입장에서 `접근성`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3단지(가산디지털단지) 지역은 외로운 `섬` 같다.

그동안 G밸리 입주업체들은 `수출의 다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관할구청인 금천구와 산업단지관리기관인 산업단지공단 역시 문제해결에 골몰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회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국철구간을 지중화하자는 논의도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겠지만 국철구간을 지중화하고, 지상구간에는 생태공원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지역경제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백년대계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나름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최근 정치권과 서울시가 `수출의 다리` 문제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 현상이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지난달 19일 열린 산단공 국정감사에서 “G밸리가 첨단 IT지식산업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선 `수출의 다리`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지난 29일 열린 G밸리 입주기업 1만개 돌파 기념식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출의 다리` 문제를 `정말로` 챙기겠다고 말해 기업인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오 시장은 이전에도 G밸리를 한차례 방문해 `수출의 다리` 문제를 챙기겠다고 약속했었다.

비단 G밸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상당수 국가산업단지가 교통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의 교통 문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

지금은 누군가 움직여야할 때다. 더 이상 말의 성찬은 필요없다.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수출의 다리`는 그 문제를 푸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G밸리 팀장 장길수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