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충칭 인근, IT 산업 새 메카로 부상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국 서부 지역이 IT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 중이다. HP·폭스콘·시스코·콴타·인벤텍 등 유수의 IT 제조 업체들이 중국 내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충칭 지역을 중심으로 몰려드는 추세다. 중국내 최대 인구 도시인 충칭은 임금과 생산원가 측면에서 상하이·광저우 등 동남부 지역의 IT 허브보다 크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IT 산업의 중심 이동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8일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충칭을 근간으로 한 중국 서부 지역에 HP·폭스콘 등 IT 대기업들의 제조 기지가 속속 입주하고 있다.

지난 1월 충칭에 노트북PC 생산 라인을 가동한 HP는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이 넘는 연 2400만대를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종전까지 HP는 상하이 공장에서 노트북 PC를 모두 생산해왔다. 폭스콘과 콴타, 인벤텍 등 대만계 주요 IT 제조업체들도 HP 인근의 충칭 산업단지 내에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 2005년 설립된 충칭 산업단지는 근래 들어 투자 유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8년까지 산업단지 내 투자 규모가 10억달러에 달했고, 지난 1년 반 동안에는 3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처럼 서부 충칭 지역이 IT 기업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것은 값싼 노동력과 파격적인 면세정책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충칭의 최소 임금 수준은 지난 2008년부터 560~680위안 정도로 동결된 반면, 광둥 지역에서는 이 기간 920위안에서 1030위안으로 올랐다. 또한 이 지역은 중국 본토에서는 가장 넓은 면세 구역이다.

주 지앙 산업단지 대변인은 “임금과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는 탓에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서부 지역으로 중심이 옮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점을 등에 업고 충칭시 정부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15년까지 이 지역 IT 산업에서 연간 교역량 800억달러와 1490억달러의 생산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충칭 산업단지에는 아직 관련 부품 협력사가 부족하다는 점이 여전히 숙제다. 인벤텍의 경우 이달 말부터 생산 공장을 가동해 연말까지 50만대의 노트북PC를 출하할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부품 협력사들이 기존 상하이 공장 인근에 머물러 있어 충칭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오히려 더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충칭시의 부품 공급망이 확충되고 동남부 해안 지역의 임금 상승이 가속화하면서 향후 수년 내에는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게 현지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