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O 23명의 `의기투합`

지난 4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는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과 SW 기업 최고경영자(CEO) 23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CEO 모임 정례화를 다짐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회동이 관심을 끄는 것은 좀처럼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은 다수의 CEO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인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가 사실상 칼(?)을 뽑았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한국SW산업협회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이후 회장으로서 회원사 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할 것이라는 공약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하지만 협회장의 공약 실천으로 단순하게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오 대표가 한국SW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에 추대되기 이전인 2월 10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2010년 총회에 참석한 오 대표는 CEO의 역할에 대해 일갈했다. 당시 오 대표는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총회임에도 불구하고 회원사 대부분 CEO가 불참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IT서비스 대기업 회원사 CEO의 무관심과 무성의를 질타한 것이다.

오 대표는 본인의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2004∼2005년) 경험을 소개하며 회원사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해 CEO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당위성을 수 차례 설파한 바 있다. 정보보호 산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사적 이익을 떠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 CEO의 역할이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 정보보호 관련 기업 CEO의 끈끈한 네트워크와 비교할 때 IT서비스 대기업 CEO의 유대감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고, 아쉽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IT서비스 대기업 간 경쟁상대로만 이해할 뿐 동반자 의식이 결여됐다는 게 오 대표의 판단이었다.

특유의 친화력과 추진력으로 23명 CEO를 한 자리에 모은 오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 대표가 한국SW산업협회장 취임 당시 선언한 IT 서비스 진영과 SW 진영 간 ‘링커(Linker)’ 역할을 자처하기 위해 칼을 뽑은 만큼 이번 CEO 모임을 계기로 CEO 간 네트워크의 모범이 탄생할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오 대표가 바라는 IT서비스 대기업 CEO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자극제가 될지 주목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