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중국 LCD 팹 승인 뒤집어 보기

8일 대만 디지타임스는 자국 LCD 패널 업체인 AUO가 중국 정부로부터 LCD 공장 유치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며칠 전 중국 국무원 회의에서 승인 결정을 얻었다는 ‘루머’가 전해진 뒤라고 표현했다. 현재 LCD 패널 시장 3위이자 양안 경제협력 관계를 등에 업고 여전히 한국을 견제하고 있는 AUO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불과 작년 이맘때만 해도 중국에 대면적 LCD 라인을 진출시키는 일은 우리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중국 LCD공장 승인이 마치 엄청난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처럼 마냥 환상에 젖어 있기도 했다. 양산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인 한국 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낙관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중국 정부는 LCD 팹 유치 선정 발표를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적기 투자가 생명인 팹 시장에서 투자 실기로 인한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동반 승인에 대해서도 중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만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상술과 협상에 관한 한 최고다. 처음부터 시간지연 작전을 펼치면서 철저히 계산된 협상술을 구사했을 수도 있다. 중국과 불편한 관계인데다 자금력도 부족한 일본 샤프는 아예 경쟁 상대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결국 한국과 대만의 LCD 패널 업체들이 협상 타깃이었다는 뜻이다.

지난 1년간 중국 정부에 질질 끌려왔다는 느낌이 짙다. 지리한 협상 과정에서 한국·대만의 후보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중국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인센티브를 안준다는 둥 여러 가지 설이 흘러나왔던 배경이다.

냉정해지자. 일각에서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한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럴싸한 해석 정도다. 어쩌면 중국에도 한국 LCD 패널 업체들은 애초부터 선택된 이들이었다. 불과 1년 전 중국에 가는 것만이 능사였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가야 할지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야 하는 더 큰 숙제를 안고 있는지 모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