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하면 떠올릴 강렬한 이미지를 고민했습니다. 각 국 정상과 대표단, 기자들이 돌아간 뒤에도 시각적·체험적으로 울림이 남을 수 있는 게 바로 정보기술(IT)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서울G20정상회의가 IT를 기반으로 ‘스마트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 G20준비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초 G20정상회의는 정상들의 회의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엑스포처럼 IT를 접목한 전시나 행사가 어렵다고 주장했던 준비위 측이 결국 IT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대한민국의 IT는 그만큼 세계가 인정하는 강렬한 자극을 주는 대표 상품이 됐다.
◇코엑스는 IT천국=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10일 삼성동 코엑스를 찾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는 각국 대표단과 기자들 역시 IT코리아의 진면목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첫 관문인 검색대에는 쌍둥이까지 식별이 가능한 최첨단 얼굴인식 시스템과 2~3초 안에 신원조회가 가능한 RFID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었다. 행사장 바깥에는 녹색의 옷을 입은 친환경 전기 버스가 운행되고 경호를 맡은 경찰들은 전기 삼륜차 ‘T3모션’을 타고 주변을 순찰했다.
코엑스 곳곳은 디지털 천국이었다. LED 기술을 적용해 만든 ‘미디어 첨성대’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월’, 한국이 개발한 최초의 IT스포츠 ‘스크린 골프’에 이르기까지 볼거리,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압권은 한국체험관. 우리나라의 위기 극복 의지와 예술혼, 열정, 미래비전 등의 영상콘텐츠를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제작, 상영한다. 3D TV 16개를 이어붙인 디지털 디렉터리, 멀티 터치 스크린 방식의 사진 갤러리, 가상현실 체험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IT체험관을 찾은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3DTV 멀티비전을 통해 나오는 영상을 보고 “정부 요원이라 실명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각 국 기자들도 “원더풀 IT코리아”=4000여명의 기자들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기자실도 IT로 무장했다. 각종 브리핑 정보와 안내 고지를 받을 수 있는 DID(Digital Information Device)가 기자실 곳곳에 배치돼 취재의 편의성을 높였다. 천장에 부착한 6개의 대형 디스플레이에는 실시간으로 브리핑 영상을 방영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홍보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계속 내보낸다.
각국의 기자들이 우리나라의 IT를 체험할 수 있는 프레스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투어는 상암 DMC와 인근의 디지털 파빌리온 코스를 둘러보고 3D로 각색한 영화 ‘견우와 직녀’를 관람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또 강남대로를 달리며 이동 중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와이브로 등 u스트리트 체험 투어도 마련돼 있다.
서울체험투어를 담당하는 김흥식 서울시청 팀장은 “첫날인 9일 2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IT투어에 참여했다. 취재 일정이 빠듯해 신청자들이 실제로 다 참여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IT산업의 발전상을 보면서 상당히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체리 차우 오리지널모닝포스트 기자는 “한국의 IT가 발전돼 있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생활 곳곳에서 편리함을 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G20정상과 셰르파, IT가 돕는 회의=IT는 회의에 집중해야 할 각국 정상들과 셰르파들에게도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함께 편안한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도구다.
공항에서부터 호텔에 이르기까지 이동시(달리는 차안에서도) 와이브로 무선공유기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이메일 체크, 정보 검색 등이 이동 중에도 가능하고 각 정상들에게는 비상시를 대비해 긴급 통화를 위한 스마트폰이 지급된다. 11일 밤 사전행사가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갤럭시탭’ 등 최신 IT기기가 비치돼 우리나라 IT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정상들과 경호진이 머물 호텔 객실에는 자동객실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20여개국의 국영방송을 볼 수 있는 IPTV가 구비돼 있다. 회의장 내용을 중계하는 3DTV는 우리나라의 앞선 영상디스플레이기술을 각 정상들이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경우 G20 준비위원회 사무관은 “지난 토론토 G20에 가서 느낀 점이 세계 각 국에서 참가한 이들이 볼거리, 즐길거리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어떤 것으로 우리나라를 홍보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IT와 우리 전통 문화를 융합한 콘텐츠와 기술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애플이 모바일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우리나라 IT가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처럼 비치지만 실장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알려보겠다”고 덧붙였다.
정지연·황태호기자 jyju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