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피플]신한성 한국콘텐츠산업연합 위원장

“웹하드를 합법적인 ‘콘텐츠 거래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미 만연한 웹하드와 콘텐츠 권리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신한성 한국콘텐츠산업연합 위원장은 지금의 불법 웹하드 시장의 해법을 이렇게 정의내렸다. 과거처럼 단순히 저작권법으로 단속해 사업자가 문을 닫게 하거나 소송을 걸어 싸우는 방법만으로는 불법 웹하드 근절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신 위원장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콘텐츠 거래소 개념의 플랫폼을 만들자고 한 적이 있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굳이 편하게 쓰던 불법 웹하드가 있는데 저작권위원회 사이트로 들어가 해당 플랫폼으로 다시 들어가는 방식이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현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에서 불법복제방지업무 담당 이사로 근무 중이다. 10년 가까이 콘텐츠의 저작권을 지키는 일에 앞장섰지만 불법복제의 힘은 너무도 컸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불법 웹하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 상생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무턱대고 웹하드 사업자들에게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도 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이 있었다”며 “그러는 동안 불법 웹하드 시장은 더욱 커졌고, 이제 남은 해법은 이미 있는 불법 웹하드의 체질을 바꿔 옥션, 지마켓처럼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양성화시키는 길 뿐이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참고할 만한 선례로 소리바다 사례를 강조했다. 소리바다는 지난 2000년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음원을 유통시키며 국내 음원 P2P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저작권자에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의 음원유통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그는 “시장이 커지고 기업이 성장하면 책임있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해진다”며 “소리바다의 사례가 이미 있는데 더 복잡하고 어려운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불법 웹하드가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시장의 암적인 존채로 취급받고 있지만 권리자와 수익을 나누는 합법 플랫폼으로 전환되면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 위원장이 웹하드에 주문한 요건은 ‘판매자 정보공개’ 및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이다. 기존 유통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 안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상’의 정보를 아이디(ID)와 그간의 판매 이력을 공개하는 것처럼, 웹하드 사업자도 콘텐츠를 올리는 ‘업로더’의 ID 및 정보를 공개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웹하드는 업로더의 ID를 공개하지 않는다.

아울러 신 위원장은 이용자가 파일을 결제했는데 부당하게 피해입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조항이 담긴 약관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두 가지 요건이 웹하드 등록제 법안에 반영되면 웹하드 양성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성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콘텐츠산업연합은 지난 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 겸 정책 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조직은 영상물보호위원회와 한국영상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 등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 각계의 대표기관들로 구성됐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