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가 오랜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 물리학계를 이끄는 대표학자들이 함께 자리해 갈수록 외면받고 있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초 과학 연구를 제안하면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따내기 쉽지 않을 뿐더러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는 엄두도 못 낸다는 주장이다. 어린 학생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서글픈 심정도 토로했다.
그동안 과기 현장에선 교육부와 과기부가 물리적으로 결합은 했지만, 두 분야가 서로 이원화되면서 과학기술 정책은 찬밥 신세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1년 이상 국회에 계류 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연구시설이 한자리에 들어설 과학벨트가 국내 기초과학 연구의 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법안 통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계 전·현직 원로들과 대표학자들이 지금의 과학기술 정책과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상당히 근거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오죽하면 석·박사급 이상 과학기술전공자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피켓시위까지 직접 나섰겠는가.
과학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꿈이다. 과학기술이 미래를 이끄는 신성장동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야 3만달러 시대, 4만달러 시대가 활짝 열린다. 그러려면, 과학기술인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받으며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돈이 안 돼도 먼 앞날을 내다보는 연구를 위한 정책적 결단과 투자는 정부의 책임이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과기계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