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문화다!”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아이폰 열풍을 빗댄 표현이다. 그 바람은 지속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국, 러시아, 인도로 이어지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기술 우위적인 소비 속성이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술과 기능이란 이름보다 문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하지만 기술의 총합에서 보면 애플은 삼성·노키아를 넘어서지 못한다. 당연할 것이다. 애플은 반도체 기술도 없고 화려한 색상의 디스플레이 기술도 없다. 그렇다고 조립 및 통합 기술 측면에서 세계 제일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자 운용체계(OS)를 갖고는 있으나 기술적으로 인정받은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폐쇄적 OS 전략이 독배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탈옥폰’도 이미 등장한 상황이다.
물론 앱 장터의 영향력은 한동안 애플의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과연 이런 장점만으로 아이폰의 열풍을 설명할 수 있을까. 단연 노(No)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아이폰의 지속적인 열풍을 서구 문명의 확산으로 설명한다.
아이폰 확산의 당위성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마케팅력과 기술력을 옹호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폰에 대한 전 지구적 열광을 하나의 현상으로 냉정하게 보자는 것이다.
종이와 화약, 활자의 확산과 같은 이치다. 미국 문화에 열광하고 있는 아시아가 특히 그렇다. 일본·한국·중국을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문화의 본향인 유럽에서조차 열광하는 현상을 보라.
아이폰에는 ‘미국의 문화’, 서구 문물이라는 아이콘이 숨겨져 있다. 단순히 기기의 편의성 때문에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폰에 있는 그런 기능은 어느 휴대폰 기업도 가능하다.
중국의 젊은이들, 강남의 주부들, 게임과 인터넷에 몰입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라. 아이폰이 대화의 핵심이 되고 곧 과시의 대상이 된다. 서구 문물의 빠른 수용성과 개방성을 지향하는 문화적 자부심(?)이라고나 할까.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 기업의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기능 하나 가지고 싸울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문화의 아이콘을 주도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전략과 이를 수용한 제품을 고민하라는 것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설계 단계부터 마케팅, 영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전략적 사고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무조건 문호를 틀어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2년여간 아이폰의 상륙을 강제로 막아본 경험이 있다. 또 아이폰의 ‘작은’ 기능적 결함을 과대포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가. 기업으로서는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말 그대로 작은 결함일 뿐 결정적 요소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바야흐로 기술이 다시 문화가 되는 시대다. 대중을 파고든 문화와 그 콘텐츠를 등한시하고서는 어떤 전략도 무의미하다. 시장이 이미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은 마냥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