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로의 한국형 원전 수출이 한-터키 양국 정상간 담판에서도 결론나지 못했다.
지난 13일 정부는 한-터키 정상회담 직후 “원전을 포함한 교역·방산·SOC 등에서의 협력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원전과 관련해서는 추가 협상 일정과 방향조차 내놓질 못했다.
그동안 한-터키 정부간협약(IGA) 협상에 돌입한 뒤 주무부처 장관이 두 번, 차관이 한번 터키를 방문한 결과 치고는 너무 초라한 성과다.
특히 경제성 추산 및 자금회수 전략에 대한 치밀한 전략 없이 우리 쪽만 너무 조급해지면서, 향후 말레이시아·아르헨티나 등 원전 수출을 추진하려는 국가들에게 ‘우리 패’를 다 보여줬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 사정에 맞춘 자금회수 방안 제시해야=정부도 인정하듯 우리나라가 앞으로 원전을 수출해야 하는 주력 대상국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번 터키 경우와 유사하게 원전 건설자금 대부분은 우리 정부 주도로 국제 자금을 끌어와 쓰고 발전소 운영 수익으로 이 자금을 회수하거나 되갚아야 한다.
그런데, 전기요금·발전소 운영 등이 모두 자국법의 지배를 받는 영역인 만큼 우리가 회수기간을 조정할 수도 가격을 움직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선 원전건설+후 발전수익’ 모델만 갖고서는 협상 실패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원전 발주국이 보유한 광물자원 및 타 에너지원에 대한 담보 비중을 높여, 우리 측 파이낸싱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도 건설 후 발전수익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외국 대형자본과의 공동 투자라는 모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놓고 보자’는 식 접근은 두고두고 부담=사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을 수주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물론 국제 원전 프로젝트가 기간을 두고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1년 동안 2건의 원전 프로젝트를 따내려는 조바심에 민관이 함께 매달렸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에 “따내면 그만”이라는 민간기업식 경쟁과 성과주의가 개입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원전 수주에서부터 건설과 비용회수까지 모두 ‘국익’이 걸린 문제인데, 민간기업적 시각으로 접근하다보면 경제성 분석이나 회수 전략 등에 상당한 왜곡이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모두 우리 국민과 정부가 떠안게 되는 부담이다.
전력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전력(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한국형 원전 수출 추진 전담기관으로 뛰게 된다. 한전과 한수원의 지금까지 전략과 향후 계획을 냉정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표>한-터키 원전 협상 일지
발표일협력 내용
2010.3.10국영발전회사간 공동연구 선언
2010.6.15정부간 양해각서(MOU) 체결
2010.8.31공동연구 완료
2010.9.24정부간협약(IGA) 협상 개시
2010.11.13양국 정상 “지속 협력”
〃지경부 “빠른 시일내 협상 재개”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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