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터넷 2010] (2) 개방은 상생과 혁신을 추동하는 비즈니스 전략

1683건. 언론재단의 미디어 포털 미디어가온(www.mediagaon.or.kr)에서 2010년 11월 14일 현재 최근 1년간 주요 인터넷·통신 기업 관련 보도 중 ‘개방형 플랫폼(오픈 플랫폼), API 공개, 개발자 상생’을 키워드로 검색해본 결과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4.61건의 기사가 나올 만큼 기업들은 올해 들어 개방과 상생에 관련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기업이 발표하는 개방 전략도 단순한 API 공개에서부터 외부기업에 플랫폼 개방, 개발자 및 벤처기업 지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현상만 보면 국내 기업이 개방이라는 조류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자들은 ‘아직 멀었다’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콘텐츠의 일부만 공유하는 폐쇄적 개방을 펼치고 있고 국내 기업의 개방 정책에 참여해 돈을 버는 개인 개발자나 벤처기업도 없다는 뜻이다.

◇개방, 생존 전략 가능성 공감=올해 들어 국내 인터넷·통신 기업은 숨 가쁜 개방 행보를 진행했다.

작년 네이트 앱스토어를 선보인 SK컴즈는 지난 5월 오픈 정책을 발표한 후 자사의 주요 API를 속속 공개하고 있고 NHN은 지난 9월 앱스토어인 소셜앱스에 이어 게임 오픈마켓인 ‘아이두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도 ‘오픈 소셜 플랫폼’을 전략으로 앞세우며 초기 화면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서비스에서 개방 전략을 앞세울 뿐만 아니라 상생을 위한 대규모 투자 약속도 이어졌다. 상생협의체 발족식에서 포털 기업들은 31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개발자의 창의적인 서비스 생산을 돕기로 했고 SK텔레콤과 KT는 앱 공모전에서 상금과 상용화를 지원한다.

주요 기업 CEO도 비즈니스 전략으로서 ‘개방’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한다.

김상헌 NHN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NHN과 기술을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에게도 이익이 된다”며 개방이 실익과 연결됨을 강조했다.

물론 이 같은 기업의 행보가 자발적으로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자사 서비스 중심의 수직적 밸류체인으로 고성장을 구가해왔으나 최근 스마트폰, 모바일인터넷, N스크린 등 다양한 변화에 따라 기존 구조는 한계에 부딪혔다. 점점 복잡다단, 변화무쌍해지고 있는 IT시장에서 ‘열고, 손잡고, 상생하지 않고서는’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교착상태에 빠진 ‘기업 간 상생’과 내부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서비스 혁신’의 핵심 추동력으로 개방을 적극 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물론 개방 전도사인 페이스북, 구글도 핵심 비즈니스 가치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개방은 기업이 시장을 어떻게 드라이브해 갈 것인지에 따라 입장이나 수위가 달라진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그동안 개방이라는 가치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비즈니스를 진행해온 만큼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개방 비판도=미미하긴 하지만 국내 기업의 개방 전략은 일부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네이버의 소셜앱스는 서비스 한 달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의 앱스토어인 티스토어도 타사 이용자에게 문을 연 후 하루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발자 및 전문가들은 제한된 정보 및 API 공개와 미진한 협업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진정한 개방을 통한 혁신은 어렵다고 꼬집는다. 최근 개방적이라고 불리는 소셜 분야에서도 제한된 검색결과가 나타나기는 마찬가지다. 다음의 소셜 웹 검색에선 NHN의 SNS인 ‘미투데이’ 글은 일부만 나오고, 네이버에서도 다음의 SNS인 ‘요즘’의 글은 검색하기 어렵다. 네이트의 실시간검색에서도 ‘요즘’에 올라온 글은 볼 수 없고 ‘미투데이’도 일부만 볼 수 있다.

물론 각 기업은 고비용을 들여서 구축한 SNS의 콘텐츠를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모두 공개하기는 힘들다고 항변하지만 ‘개방’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개방적이지 못한 검색 결과 제공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한계는 API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서도 드러난다. 2006년부터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은 API를 공개해왔지만 정작 이를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네이트 앱스토어와 네이버 소셜앱스에 참여하고 있는 모 기업의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기존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며 “서비스 구조를 바꾸지 않고 공개된 API만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협업에 대한 태도 역시 여전히 폐쇄적이란 지적이다. 주요 대기업이 내세우고 있는 상생 협력 지원 프로그램도 대부분이 유료 상용화 서비스 후 개발비를 지원해주는 형태다. 또 플랫폼을 활용해 나온 서비스의 홍보나 지원도 미미해 이용자가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다. 아무런 조건 없이 개발비를 지원하고 외부 기업이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결과물을 소비자가 원한다면 전면에 노출시켜주는 페이스북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경험부족, 적극적으로 극복해야=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개방 정책이 한계를 보이는 것을 ‘경험부족’과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통신 기업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 내부 자원을 활용하거나 외부의 콘텐츠개발사(CP)에 필요와 조건에 맞는 서비스 개발을 요구해왔다. 처음부터 내부 전략으로 개방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방을 선택하다 보니 미숙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협업과 상생이 부족한 우리 산업 환경의 반영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규호 앱센터지원본부 정책개발팀장은 “현재 앱 생태계는 수평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미국 문화에 최적화됐다”며 “위계 질서가 강한 우리 문화가 이제 수평적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업이 개방으로 외부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양석원 코업 대표는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앱 개발 지원이나 공모전 외에도 업계 전반을 위해서 대기업이 기술을 내놓는 좀 더 다양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