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들이 내년도 입시 전형에서 창의적인 신입생을 뽑기 위한 특색 있는 선발 기준들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프로게이머와 개인홈페이지 운영자는 물론이고 벤처기업 창업자나 종사자를 먼저 선발하겠다는 대학도 있다. 학생 선발 시 다양하고 이색적인 활동에 대한 적극성과 숨겨진 잠재력을 우선 평가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색 전형을 통한 이런 특성화 노력은 최근 대학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수록 설 땅을 잃어가는 전문대의 절박감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대 졸업생은 현장에 투입되는 단순 기술자로 인식되면서 아직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비슷한 과라면 지방이라도 전문대학보다 일반대학을 선호한다.
정부와 기업도 전문대를 차별 대우한다. 전문대 학생들도 첨단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기업들의 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전문대에 투자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전문대학은 전체 고등교육기관 인력이 40%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여전히 미미하다. 일반대학 정책은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 아래 9개과가 맡는 데 반해 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국내 전문대학정책과 한 곳이 전담한다. 결국, 2년제 전문대학이 학생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국가 기술 인력을 키워내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은 직업교육 공공성을 감안해 대부분 정부기관이나 공립대학이 기술 인력 양성을 책임진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단순 기능직은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중견급 기술 인력의 안정적인 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 관리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 발굴과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최소한 환경과 문화는 만들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