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에 무료앱만 급증…안드로이드OS 마켓 `삐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사의 박일준 사장(36)은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서 수주간 톱10에 오른 플래시 게임(1.99달러)을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리려다 포기했다.

핵심 콘텐츠가 불법 복제돼 외국에서 유료로 판매되는 일이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 한국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게임 항목이 없는 것도 큰 원인이 됐다.

박 사장은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안드로이드 마켓에 유료 앱을 개발해 등록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구글도 관리를 안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애플 앱스토어 독주를 막을 앱시장으로 주목받아온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이 불법 복제와 수익 모델 부재로 성장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10만 앱 돌파 이후 정체되고 있는 것. 글로벌 통신사업자들도 안드로이드 마켓의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T스토어`와 같은 독자 마켓을 속속 개설하고 있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앱플래닛(Applanet)`이 등장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약 9000개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마켓 유료 앱을 해킹ㆍ복제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 유료 앱 비중이 전체 중 40% 불과한데 이 중 상당수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최근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무료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무료 앱 비중이 57%였으나 지난 7월 들어 60%로 늘었다. 이는 아이폰(28→29%)이나 노키아 오비스토어(26→28%)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아이폰 빅히트 게임 앱 앵그리버드(0.99달러)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는 무료로 판매되고 있다. 광고를 탑재했지만 안드로이드 불법 복제 등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는 복제하기 쉬워 관리가 안 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며 "통신사업자가 직접 스토어 구축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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