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망중립성 부정…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 불 지펴

브리티시텔레콤(BT), 토크토크 등 영국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이 네트워크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인터넷TV,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콘텐츠에 더 많은 요금을 적용하거나 전송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에드 베이지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문화통신창의산업 담당 장관이 “ISP가 원활한 인터넷서비스를 위해 트래픽을 관리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면서 “인터넷 서비스의 지속적인 품질 향상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많은 대역폭을 사용하는 서비스에 더 많이 과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BBC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발언은 ISP가 어떤 서비스나 콘텐츠라도 차별 없이 전송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다.

이대로 정책 틀이 마련된다면 ISP들은 구글 ‘유튜브’ 등 대역폭을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전송 속도를 늦추거나 구글에 더 많은 요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입맛에 맞지 않는 콘텐츠 전송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과 달리 망중립성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영국에서는 지난 2007년 12월 BBC가 인터넷TV서비스 ‘아이플레이어’를 선보이면서 논쟁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망중립성을 부정하는 ISP 진영과 지지하는 콘텐츠업체, 방송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문화부 장관 발언으로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베이지 장관은 “대부분 ISP들이 이미 경쟁상황이나 소비자 권리에 어떤 충격도 주지 않고 네트워크의 유연한 운용을 위해 트래픽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시장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부 입장에 대해 콘텐츠 및 서비스업체, 시민단체들은 언론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론을 쏟아졌다.

짐 킬록 오픈라이츠그룹 사무총장은 “망중립성의 훼손은 혁신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할 것”이라며 “BT와 버진이 상업적 이득을 위해 사람들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게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