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골머리 앓는 것 외국도 마찬가지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고 동네 구석구석에 PC방이 있는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게임중독과 관련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미성년자를 폭력적인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심의 중이며, 중국도 게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지만 인터넷 카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게임중독을 근본적으로 막을 뾰족한 방안은 마땅치 않아 고심 중인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 美, 게임 규제법 심의..연령별 등급제 도입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처럼 게임중독이 사회적인 `빅`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사회와 가정에서도 골치아픈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미국 하와이에 사는 크랙 스몰우드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2`의 중독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다"며 하와이 연방법원에 3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연방대법원은 최근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캘리포니아 법안을 심의중이다.

하급심은 2005년 발의된 이 법안에 대해 너무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의 근간이 되는 수정헌법 1조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발효를 보류시킨 상태다.

이 법안과 관련해 게임업계는 정부가 비디오게임 정책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정치인들이나 학부모단체는 정부가 폭력적인 내용의 게임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법원의 입장에서 어느 쪽 손도 선뜻 들어주기 힘들지만 법원은 표현의 자유에 예외를 두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게임업계에 다소 유리한 평가를 하고 있다.

전미미디어.가정연구소(NIMF) 등 각종 학부모단체나 교육단체들도 게임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방안을 제시해왔으나 이 법안을 제외하고는 해결방안이 주로 부모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 등 가정 내에 머물러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최근 소셜네트워킹사이트 등이 유행함에 따라 단순히 게임을 넘어 트위터나 소셜네트워킹 등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다만 게임업계 내 오락소프트웨어등급위원회(ESRB)를 통해 자발적으로 비디오게임에 대한 연령별 등급을 매겨 게임 참여자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현재까지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등급은 폭력성과 선정성을 감안해 3세 이상 어린이용(EC)을 비롯해 모든 연령대(E), 10세 이상(EC10), 청소년(T), 17세 이상(M), 성인 전용(AO, 18세 이상) 등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세분화하고 있다.

미국 내 저소득층을 위한 병원인 아시안헬스서비스 산하 프랭크 캥 메디칼센터에서 어린이 정신상담을 담당하는 임상사회복지전문가 냉시 챙은 "갈수록 인터넷 문제로 상담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요즘에는 게임뿐 아니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사이트나 스마트폰에 중독성을 보이는 청소년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피터 슈로퍼르(42.언론인)는 그러나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게임의 폭력성이나 인종차별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법률까지 만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사회가 이를 시급한 사회문제로까지는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中, 청소년 인터넷중독자 2400명

인터넷 이용자가 4억명이 넘는 중국에서도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연간 258억위안(4조4000억원)까지 커지면서 게임중독에 따른 부작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게임중독 현상은 주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청소년인터넷협회가 올해 초 중국 26개 성.직할시.자치구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6∼29세 청소년 가운데 14.1%인 2404만2000명이 인터넷 중독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 인터넷 중독 청소년 중 가장 많은 47.9%가 게임에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고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게임에 익숙한 80년대생 `바링허우(80後)`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게임 중독이 중요한 이혼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베이징시 하이뎬구 법원이 2008∼2009년 이혼 사례를 정리해 본 결과 80년대 출생자들의 이혼 중 20%가 게임중독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게임중독으로 가정생활이 파탄날 위기에 처한 중국 여성들은 인터넷 게임을 `마수(魔手)`라고 부르며 인터넷 게임 반대 운동까지 벌이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인터넷 게임 중독은 개인과 한 가정 차원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20대 인터넷 게임 중독자 3명이 인터넷 비용을 대기 위해 랴오닝성 푸순시의 번화가에서 학생과 임산부 등을 흉기로 찌르고 돈을 빼앗아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인터넷 게임에 나타나는 `괴수`를 죽여야 한다는 환각에 빠져 행인 6명의 머리를 둔기로 때린 20대 청년이 지난 7월 고급인민법원 2심 판결에서 사형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날로 심화하자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규제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국 문화부는 지난 8월부터 미성년자가 폭력성과 선정성이 심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 이용자의 실명 등록을 의무화했다.

그렇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 日, 게임에 빠진 폐인 늘어..PC방 규제 강화

한국처럼 인터넷 환경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의 게임중독 현상은 심각한 편이지만, 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는 매년 분야별 유행어를 선정하는 데 올해 인터넷 용어 유행어 후보로 `네토게 하이진(廢人)`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네토게`는 `인터넷게임`이라는 뜻.

즉 인터넷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폐인이 돼버린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대로 인터넷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 충실한 이들을 의미하는 `리아 주`라는 말이나 트위터에 글을 쓰는데 열중하는 `트위터 하이진`이라는 말도 올해 일본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유행어들이다.

`리아`는 `현실 세계(리얼)`라는 뜻이고, `주`는 뭔가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게임중독 대신 `게임 의존증`이라는 말도 몇년 전부터 널리 퍼졌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 일본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 대책 등은 크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의 PC방과 비슷한 인터넷 카페의 경우에는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는 지적에 따라 이용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회원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이용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