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잡스의 고집

오는 28일로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지 1년을 맞는다. 1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을 ‘갈라파고스’로 만든 모바일 산업 규제가 풀렸다. 위피가 폐지되고 위치정보사업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에서는 공인인증서 의무화 규정도 사라졌다. 이통 3사의 모바일 트래픽은 최대 4배가량 늘었다. 모빌리언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는 스마트폰과 궁합을 맞췄고 기업들은 모바일 앱 개발이 한창이다.

이러한 것들은 아이폰의 공이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을 만들어 낸 애플 스티브 잡스 CEO의 융통성 없는 고집 덕분이다. 고집스럽게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잡스는 자신이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2년 후에 다시 돌아왔다.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만 주장하다 벌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두고 ‘실패한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완벽과 절제. 이 정신은 지금도 잡스를 지배한다. 애플이 만든 제품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빠지지 않는다. 애플의 결점으로 꼽히는 폐쇄성도 완벽주의를 주창한 그의 산물이다. 지난 봄 “포르노를 보고 싶으면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사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아이폰4의 수신 결함이 불거지자 삼성을 포함한 전체 스마트폰의 문제라며 경쟁사를 끌어들였다. 잡스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독설가에 불안한 자기도취증 환자로도 묘사됐다.

황소고집에 독설가인 잡스를 미워할 수 없는 건 그가 갖고 있는 상상력과 강력한 리더십 때문일 것이다. 신제품 공개행사 때도 12년간 한결같이 물 빠진 청바지에 운동화를 고수한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아이TV’로 이어졌고 아이튠TM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였다.

아이폰 출시 1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상식이 무너졌다. 기존의 틀도 허물었다. 사람들의 손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만들었으니 전 세계 소비자들도 사용해 보라고 권한다. 구속과 형식을 거부하는 집시처럼, 기계에 인간의 생각을 흘려 넣으려는 고독한 여행자로도 비쳐진다.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