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를 가르치는 기쁨과 슬픔](https://img.etnews.com/photonews/1011/061025_20101122174844_498_0001.jpg)
이주헌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jhl1019@hanmail.net
교수생활 25년째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 캠퍼스에 들어서면 가슴이 뛴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정말 천직인 모양이다. 왜 하필 박봉의 훈장노릇이냐는 질문은 아마도 날 잘 몰라서이리라. 평생 젊음과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내가 어찌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으랴. 여전히 청바지 차림이거늘.
그동안 대학원만 맡다가 최근 경영학부 3~4학년 대상 IT강의를 시작했다. 과목명은 경영정보학개론이다. 처음엔 클래스 규모가 너무 커서 마이크까지 잡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부담이 있긴 했다. 하지만 디지털기술이 이룩한 신문명, 인터넷이 만들어가는 e비즈니스, IT가 창조해가는 글로벌 기업의 미래상을 가르치는 것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교수마다 강의 스타일은 다르리라. 난 우문현답을 즐기는 형이다. 예로, 학기 초부터 대뜸 컴퓨터의 발명가를 아느냐고 묻는다. 나중엔 우리나라 국가 CIO는 누구냐고, 스마트폰이 그저 좋기만 하냐는 질문도 던진다. 사색하며 지식을 쌓아가라는 취지에서다. 또 지식은 글과 말과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한다고 수필쓰기 숙제를 내주고 조별 7분 발표를 강조한다. 종강의 주제는 IT 기반 미래경영, 학기 말 시험엔 인생설계도를 그리는 문제가 포함된다. 수강생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겠지만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교수에게 누가 감히 항변을 하랴. 하하.
그러나 교양과목과는 달리, 전공교육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 IT교육의 슬픈 현실이다. 좋은 학생들을 찾기 힘들다. 컴퓨터공학과의 인기폭락을 보라. 이공계 기피현상은 정말 난망한 사회문제다. 난 그 옛날 프로그래머가 될 대망에 부풀어 전산학과를 지망했었거늘!
경영학도들도 너도나도 재무, 마케팅 등을 선호할 뿐 경영정보학은 회피하는 형국이다. 아날로그 기업의 CEO가 꿈이고 기술 없는 상품의 마케팅이라니! 우리나라가 IT강국의 위상을 어찌 지켜갈지 심히 우려된다. 결혼의 조건은 집안과 경제력, 성공은 연봉으로 평가하는 신자유주의시대의 사고를 BPR하는 방법은 과연 무얼까. 아내조차 인정하지 않은, 나만 혼자 행복한 내 인생을 벤치마킹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제는 내 교수인생이 아직 10년 가까이 남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수십명 대학원생들과 씨름하느라 몹시 바쁘던 옛날을 그리워할 때만은 아닌 듯싶다. 제 아무리 교양강좌가 흥미롭다지만 벌써부터 내 전공 연구를 소홀히 할 수도 없겠다. 아니, 난 아직도 배우고 가르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욕심 같아선 쓰고 싶은 책도 여러 권이다.
대학수능시험이 끝났다. 대학원생 모집도 활발한 시점이다. 때에 맞춰, 오늘 이 글은 구인광고로 대신하련다. 대한민국 대학들이 컴퓨터공학, 정보통신, 경영정보 등의 학문탐구에 정진하며 미래를 개척해나갈 우수학생들을 공개모집한다면 객원논설위원의 지위를 남용하는 셈일까.